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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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하늘을 달리는 ‘스누피 구름’

쉬이 사라져가는 것일수록 긴 여운을 남긴다. 해질 녘 창가에 비친 어스름이 그렇다. 미처 얼지 못한 땅에 떨어진 초겨울 눈송이. 새 책 첫 페이지에 배어나는 종이 향. 성에 낀 차창에 어린 조카가 그린 그림. 이런 것들에 마음이 끌린다. 가장 좋은 건 구름이다. 멈춰있지만 쉼 없이 흐른다. 어디에나 존재한다. 출장길 서해대교 언저리에서 ‘구름 공장’을 발견했다. 몽글몽글 피어오른 구름이 자꾸자꾸 여러 모양으로 번진다. 한참을 바라본다. 황토색 들판 위를 달리는 강아지 ‘스누피’를 보았노라 혼자 우겨본다.

하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