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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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회고록 다시읽기] "나는 정치자금을 걷지 않았다… 재산을 내놓았다"

[스토리세계]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팩트체크
“제가 성심으로 국민을 섬기고 열심히 일하게 하소서.”(10쪽)

이명박 대통령은 재임 기간 국정의 고비마다 나라를 위해 이같이 기도했다고 술회했다. 청와대에서, 백령도와 독도에서.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중동 사막에서도….
이 전 대통령은 2015년 출간된 자신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2008-2013>에서 자신의 기도를 소개한 뒤 “열심히 일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밝혔다.

하지만 녹색성장 담론 확산과 개발도상국 개발 협력 등 인류적 과제를 해결하는데 은퇴 후의 시간을 쓰고 싶다던 이 전 대통령은 22일 수많은 범죄 혐의로 구속 위기에 내몰렸다.

이 전 대통령의 재임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2008-2013>의 주요 내용을 각종 서적과 검찰 수사 등과 대비하며 긴급 점검했다.

◆MB “정치자금 안걷어” VS 검찰 “뇌물수수 혐의액만 110억원”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사심이나 돈 욕심이 없다는 취지에서 “나는 정치자금을 걷지 않았다”(8쪽)고 밝혔다. 그는 대신 “내 재산을 사회에 내놓았다. 샐러리맨 생활을 하면서 평생 아껴 쓰며 모은 돈이었다”(8쪽)고 덧붙였다.

실제 이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누누이 청렴하게 정치와 대통령직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6년 1월22일 경북 경주 현대호텔에서 열린 극동포럼 특강에서 “나는 (대통령 재임시) 청렴하고 부끄러움 없이 국가를 경영했다”고 자평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2009년 11월 처음 방한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회동에서 아프가니스탄 문제와 관련, “미국이 아무리 노력해도 지도층이 부패하면 성공할 수 없다”며 “부패한 지도자를 지원하지 마라”(223쪽)고 조언했다고 기록했다.

하지만 ‘정치자금을 걷지 않았다’ ‘청렴하게 국가를 경영했다’ ‘청렴’ ‘반부패’ 등의 이 전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검찰 수사를 거치면서 실제와 부합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검찰은 구속영장에서 이 전 대통령이 삼성이 대납한 다스 소송비 60억원과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서 받은 22억원 등 110여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있다고 적시했다. 즉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인사청탁 등 명목으로 건낸 22억5000만원, 삼성의 다스 변호사 대납 비용 60억원, 김소남 전 한나라당 의원 등이 건낸 공천 헌금 4억원, 대보그룹 등 민간기업이 전달한 7억원, 국정원 특활비 불법 수수 17억5000만원 등을 받았다는 거다.

물론 이 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검찰에서 돈을 받지 않았다거나 “내가 전혀 알지 못한 일”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실제 재판으로 이어질 경우 이 전 대통령 측은 받은 돈에 대해 ‘뇌물’이 아닌 ‘정치자금’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관측돼 회고록 내용이 스스로 부정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MB “자원외교 노력” VS 전문가 “허구로 부풀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눈에 보이는 전쟁보다 총성 없는 자원 전쟁이 더 무섭다, 이건 국제사회의 상식(530쪽)”이라며 “UAE와의 자원 외교 이외에도 나는 임기 중 에너지·자원 자주개발률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했다”(530쪽)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와 같이 자원이 없는 국가에서는 해외 자원 개발로 에너지자원 자주개발률을 높이는 것이 가장 경제적인 해법”(530쪽)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 자원외교에 대한 비판론에 대해선 “자원외교는 그 성과가 10년에서 30년에 걸쳐 나타나는 장기적인 사업“(533쪽)”이라며 “퇴임한 지 2년도 안 된 상황에서 자원외교를 평가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533쪽)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야당의 비판이 사실과 대부분 다르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있다. 과장된 정치적 공세는 공직자들이 자원전쟁에서 손을 놓고 복지부동하게 만들 것이다. 나는 이 같은 상황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534쪽)고 해외자원외교 비판은 사실과 다르다고도 했다.

이명박대통령기념재단도 홈페이지를 통해 재임 5년 동안 석유·가스 자주개발률 9.5%p 증가(2007년 4.2% → 2011년 13.7%), 6대 전략광물 자주개발률 10.5%p 증가(2007년 18.5% → 2011년 29.0%), UAE(아랍에미레이트) 미개발 유전 3곳 본계약 체결, 세계 3위 석유매장국 이라크 유망광구 선점 등의 성과가 있었다고 공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전 대통령이 해외 자원외교 비용을 축소하는 대신 성과는 크게 부풀렸다고 비판한다.

고기영 한신대 교수(정조교양대학)는 공저 <MB의 비용>에서 “(자주개발률을 지칭하며) 이런 지표를 쓰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으로 일본도 비슷한 지표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31쪽)며 “MB정부는 탐사과정에서 매장량만 확인되면 그 사업을 우리 기업이 주도한 것인지 아닌지에 관계 없이 자주개발률 물량으로 계산했다”(34쪽) “자주개발률은 허구의 숫자로 부풀려진 것”(35쪽)이라고 반박했다.

공공서비스노동조합총연맹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이와 관련, 2017년 10월 자원외교 등으로 국가에 손실을 끼친 혐의로 이 전 대통령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MB “4대강 살리기는 ‘그린 뉴딜’” VS 시민단체 “84조원 낭비”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4대강 살리기’에 대해 “만일 장기적 관점에서의 국민민복이 아닌 당장의 정치적 손익만 고려했다면 그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이 사업을 해낼 수 없었을 것”(572쪽)이라고 정치적 손익을 계산한 게 아니라고 역설했다. “한국이 세계 금융위기를 다른 OECD 국가들보다 빨리 극복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565쪽)고 자평하기도 했다.

15조4000억여원의 예산이 투입된 ‘4대강 살리기’ 사업은 16개 보 건설과 4.5억㎥ 준설, 1757㎞의 자전거 길 조성, 130㎢ 수변생태공간 조성 등이 이뤄졌다. 이명박대통령기념재단은 사업 성과로 대규모 홍수 예방(2012년 3차례 연속 태풍, 2011년 기록적 호우에도 홍수피해액은 예년의 1/10 수준), 안정적 물 공급(4대강 본류 팔당댐 3개 분 7.2억㎥ 수량 추가 확보), 방치된 수변공간 활용을 통한 문화여가공간 확충 등을 꼽았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4대강 사업이 막대한 돈만 들이고 환경을 악화시켰다며 이 전 대통령의 평가를 비판한다. 감사원은 현재 4번째 감사 중이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토목공학과)는 공저 <MB의 비용>에서 “전문가들의 곡학아세(曲學阿世)와 권력의 힘으로 대국민 사기극을 펼쳤다”(152쪽)고 비판했다. 즉 박 교수에 따르면 4대강사업 이전인 2008년 523억원에 불과했던 홍수 피해금액이 2012년에는 4167억원으로 8배 늘었고 2009년부터 2012년까지 1조2031억원의 비용(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임내현 의원 2013년 국정감사 자료)이 들어갔다. 이어 국토부 사업 담합 1조6635억원, 훼손된 습지 가치 5조8712억원, 하천 정비 연간 1조3359억원 등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인해 낭비된 비용을 84조원으로 추산했다.

박 교수는 “4대강 사업의 진실은 일시적으로 물속에 잠겨 있을지 몰라도 엄연히 숨 쉬고 있다”(153쪽)며 “22조원의 수업료를 지불하고 우리 국민들은 ‘오래된 상식’을 확인했다”(153쪽)고 비판했다.

특히 4대강 사업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와 4대강 사업의 정책결정 및 추진 과정을 투명하게 밝혀달라는 시민단체의 공익감사 청구에 따라 지난해 6월부터 감사원의 4번째 감사가 진행 중이다.

하정호 기자 southcros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