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재임 기간 국정의 고비마다 나라를 위해 이같이 기도했다고 술회했다. 청와대에서, 백령도와 독도에서.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중동 사막에서도….
하지만 녹색성장 담론 확산과 개발도상국 개발 협력 등 인류적 과제를 해결하는데 은퇴 후의 시간을 쓰고 싶다던 이 전 대통령은 22일 수많은 범죄 혐의로 구속 위기에 내몰렸다.
이 전 대통령의 재임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2008-2013>의 주요 내용을 각종 서적과 검찰 수사 등과 대비하며 긴급 점검했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사심이나 돈 욕심이 없다는 취지에서 “나는 정치자금을 걷지 않았다”(8쪽)고 밝혔다. 그는 대신 “내 재산을 사회에 내놓았다. 샐러리맨 생활을 하면서 평생 아껴 쓰며 모은 돈이었다”(8쪽)고 덧붙였다.
실제 이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누누이 청렴하게 정치와 대통령직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6년 1월22일 경북 경주 현대호텔에서 열린 극동포럼 특강에서 “나는 (대통령 재임시) 청렴하고 부끄러움 없이 국가를 경영했다”고 자평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2009년 11월 처음 방한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회동에서 아프가니스탄 문제와 관련, “미국이 아무리 노력해도 지도층이 부패하면 성공할 수 없다”며 “부패한 지도자를 지원하지 마라”(223쪽)고 조언했다고 기록했다.
하지만 ‘정치자금을 걷지 않았다’ ‘청렴하게 국가를 경영했다’ ‘청렴’ ‘반부패’ 등의 이 전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검찰 수사를 거치면서 실제와 부합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이 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검찰에서 돈을 받지 않았다거나 “내가 전혀 알지 못한 일”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실제 재판으로 이어질 경우 이 전 대통령 측은 받은 돈에 대해 ‘뇌물’이 아닌 ‘정치자금’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관측돼 회고록 내용이 스스로 부정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MB “자원외교 노력” VS 전문가 “허구로 부풀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눈에 보이는 전쟁보다 총성 없는 자원 전쟁이 더 무섭다, 이건 국제사회의 상식(530쪽)”이라며 “UAE와의 자원 외교 이외에도 나는 임기 중 에너지·자원 자주개발률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했다”(530쪽)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와 같이 자원이 없는 국가에서는 해외 자원 개발로 에너지자원 자주개발률을 높이는 것이 가장 경제적인 해법”(530쪽)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야당의 비판이 사실과 대부분 다르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있다. 과장된 정치적 공세는 공직자들이 자원전쟁에서 손을 놓고 복지부동하게 만들 것이다. 나는 이 같은 상황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534쪽)고 해외자원외교 비판은 사실과 다르다고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전 대통령이 해외 자원외교 비용을 축소하는 대신 성과는 크게 부풀렸다고 비판한다.
고기영 한신대 교수(정조교양대학)는 공저 <MB의 비용>에서 “(자주개발률을 지칭하며) 이런 지표를 쓰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으로 일본도 비슷한 지표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31쪽)며 “MB정부는 탐사과정에서 매장량만 확인되면 그 사업을 우리 기업이 주도한 것인지 아닌지에 관계 없이 자주개발률 물량으로 계산했다”(34쪽) “자주개발률은 허구의 숫자로 부풀려진 것”(35쪽)이라고 반박했다.
공공서비스노동조합총연맹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이와 관련, 2017년 10월 자원외교 등으로 국가에 손실을 끼친 혐의로 이 전 대통령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4대강 살리기’에 대해 “만일 장기적 관점에서의 국민민복이 아닌 당장의 정치적 손익만 고려했다면 그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이 사업을 해낼 수 없었을 것”(572쪽)이라고 정치적 손익을 계산한 게 아니라고 역설했다. “한국이 세계 금융위기를 다른 OECD 국가들보다 빨리 극복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565쪽)고 자평하기도 했다.
15조4000억여원의 예산이 투입된 ‘4대강 살리기’ 사업은 16개 보 건설과 4.5억㎥ 준설, 1757㎞의 자전거 길 조성, 130㎢ 수변생태공간 조성 등이 이뤄졌다. 이명박대통령기념재단은 사업 성과로 대규모 홍수 예방(2012년 3차례 연속 태풍, 2011년 기록적 호우에도 홍수피해액은 예년의 1/10 수준), 안정적 물 공급(4대강 본류 팔당댐 3개 분 7.2억㎥ 수량 추가 확보), 방치된 수변공간 활용을 통한 문화여가공간 확충 등을 꼽았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4대강 사업이 막대한 돈만 들이고 환경을 악화시켰다며 이 전 대통령의 평가를 비판한다. 감사원은 현재 4번째 감사 중이다.
박 교수는 “4대강 사업의 진실은 일시적으로 물속에 잠겨 있을지 몰라도 엄연히 숨 쉬고 있다”(153쪽)며 “22조원의 수업료를 지불하고 우리 국민들은 ‘오래된 상식’을 확인했다”(153쪽)고 비판했다.
특히 4대강 사업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와 4대강 사업의 정책결정 및 추진 과정을 투명하게 밝혀달라는 시민단체의 공익감사 청구에 따라 지난해 6월부터 감사원의 4번째 감사가 진행 중이다.
하정호 기자 southcros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