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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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삶의 무게 견뎌낸… 아버지의 구멍난 양말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봄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어느 날, 홍제천을 따라 걷던 한 중년 남성이 벤치에 앉았다. 신고 있던 낡은 구두를 벗어 가지런히 놓고 편히 누웠다. 파랗게 드러난 봄 하늘을 바라본다. 중년 남성의 발뒤꿈치가 하얗게 드러났다. 구멍난 양말에는 꿰맨 자국도 보인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양말에도 구멍이 나있었다. 가족들을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힘겹게 일한 흔적이다. 따스한 봄날, 이 중년 남성도 삶이라는 무거움에 버거워 잠시 벤치에 누워 휴식을 취하는 건 아닐까.

남정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