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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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망리단길'에 환전소가…"외국인 관광객 때문에"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동 망원우체국 앞. 택시에서 내린 남녀가 중국어로 대화하며 길가의 한 작은 건물에 들어섰다. 형형색색 화려하게 장식된 간판과 외벽 곳곳에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등으로 ‘환전’이란 단어가 적혀 있었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볼 수 없었던 가게다. 지하철역 인근 평범한 도로변에 환전소가 생긴 것이다.

환전소 부근은 요즘 ‘망리단길(망원동+경리단길)’로 불리는 신흥 관광명소다. 서울의 대표적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용산구 경리단길처럼 망리단길도 작지만 독특한 카페와 음식점이 모여 있다. 차이가 있다면 망리단길은 빌라와 연립주택, 전통시장 사이에 숨어 길의 시작과 끝을 정확히 짚어내기 어렵다는 점 정도다.

주거 밀집지역인 이곳에 환전소가 생긴 건 외국인 관광객 때문이다. 환전소 주인 도모(30)씨는 “망리단길이 입소문을 타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몰릴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달 15일 문을 연 환전소는 하루 평균 외국인 관광객 두 팀 정도가 찾는다. 망리단길에선 중국인, 일본인은 물론 금발의 서양인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었다. 망리단길의 한 유명 카페에서 차를 마시던 C(20·여·스웨덴)씨는 “인스타그램에서 카페 사진을 봤는데 분위기가 매우 특이하고 귀여웠다”며 웃었다.

지역 주민과 상인들도 낯선 외국인 관광객이 마냥 신기하다. 망원시장의 한 과자점에서 일하는 김모(42·여)씨는 “외국인이 올 만한 동네가 아닌데 어색하기도 하지만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국내 신흥 핫플레이스 방문은 한국 관광의 새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외국인들은 요즘 전통적인 관광지보다 망리단길처럼 내국인이 많이 찾는 핫플레이스로 몰리는 추세”라며 “한류 열풍이 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의 국내여행 정보가 풍부해진 데 따른 변화”라고 설명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