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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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세상을 흔든 스파이들… 누가 있을까

미모·성으로 정보 빼낸 마타하리 대표적 / 미녀 채프먼·여장 스 페이푸 등 유명 / 냉전 때 에임스, 美·러 이중 간첩활동
아주 오랜 옛날부터 세계 각국은 정보 수집을 위해 스파이를 활용했다. 지금처럼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수집할 수 없었던 시절, 어쩌면 스파이는 기밀정보를 빼내기 위한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현대사회에서 스파이의 필요성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인터넷 시대에도 기밀정보는 대부분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있고, 이를 빼내는 데는 ‘사람’이 최선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마타하리는 미모와 성을 무기로 정보를 빼낸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인 여성 스파이다. 프랑스 파리의 물랭루주(댄스홀)에서 무희로 활동하던 마타하리는 독일로부터 프랑스의 정보를 넘겨 달라는 제의를 받았는데, 실제로 정보를 넘겨줬다는 증거는 없다. 독일은 마타하리가 독일의 스파이라는 정보를 일부러 흘렸고, 그 때문에 프랑스에서 총살당한다.

마타하리가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과 달리 애나 채프먼은 지금까지 살아 있는 가장 잘 알려진 진짜 러시아 여성 스파이다. 채프먼은 미국 내에서 부동산 업체의 대표로 활동하며 정보를 빼내다 2010년 미연방수사국(FBI)에 적발됐다. 그런데 채프먼은 처벌을 받기는커녕 미국과 러시아의 스파이 맞교환으로 곧 러시아로 돌아갔고, 미녀 스파이로 유명해지면서 전에 없던 영예를 누렸다.

남자가 여자인 척한 스파이도 있다. 1950년대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중국의 스파이였던 스 페이푸는 경극 여장 배우로 활동하며, 프랑스 남성 외교관을 사로잡았다. 그는 성별을 속이고 심지어 아이를 구해온 뒤 외교관의 아이라고 주장했으나, 프랑스 당국에 적발돼 감옥에 가면서 남자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의 이야기는 ‘M. 버터플라이’라는 제목의 연극과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냉전시대 미국을 뒤흔든 남성 스파이로는 올드리치 에임스가 있다. 미중앙정보국(CIA)의 (구)소련 책임자였던 그는 KGB(국가보안위원회)로부터 270만달러(약 28억50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고 1985년부터 1994년 체포될 때까지 러시아에 정보를 넘겼다. 그로 인해 최소 10명 이상의 미국 정보요원이 소련에서 처형됐고, 당시 소련에서 활동 중인 모든 정보요원의 신원이 드러났다. 그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엄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