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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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탐색] "사랑하기 어려운 시대?" 청년층 행복지수 55.7점

 

우리나라 미혼남녀 삶의 행복도를 나타내는 ‘행복지수’는 100점 만점에 55.7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1위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운영하는 듀오휴먼라이프연구소에서 전국 미혼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연구한 ‘연애와 행복’ 인식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에 조사된 행복지수는 전년(55.35점) 대비 0.35점 상승한 것으로, 성별로 나눠보면 남성은 54.7점이고, 여성은 56.65점이었다.

행복을 느끼는 횟수는 주간 약 2.93회다. 반대로 ‘전혀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0회)는 의견은 13.9%로 집계됐다.

행복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는 ‘경제적 안정(41.3%)’이었다. 이어 ‘건강(24.4%)’, ‘직업적 성공(14.4%)’, 이성 및 가족과의 ‘사랑’(16.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미혼남녀의 행복지수는 ‘교제여부’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대체로 연애 중인 커플, 그 중에서도 결혼을 전제로 한 커플이 솔로보다 훨씬 행복했다.

남녀 모두 ‘결혼을 전제로 교제 중’일 때가 각각 62.05점, 62.43점으로 행복지수가 가장 높았다. 반면 ‘솔로 남성(50.53점)’과 ‘솔로 여성(52.45점)’은 전체 평균치(55.7점)보다 낮았다.

‘교제여부’는 미혼남녀의 외모와 몸매, 직업, 학력, 경제력 만족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외모(결혼 전제 교제 60.29점, 솔로 50.41점), 몸매(결혼 전제 교제 55.07점, 솔로 43.5점), 직업(결혼 전제 교제 58.99점, 솔로 46.29점), 경제력(결혼 전제 교제 54.58점, 솔로 39.61점) 항목 모두 결혼을 전제로 한 연애중일 때 행복감이 더 컸다. 교제여부 외에는 연소득과 학력이 높을수록 만족도가 높았다.

미혼남녀의 평균 이성교제 횟수는 3.38회로 집계됐다. 연소득이 높을수록 이성교제 경험이 더 많았다. 연소득별 이성교제는 △2000만원 미만 2.16회 △2000만~3000만원 3.49회 △3000만~4000만원 3.85회 △4000만~5000만원 3.82회 △5000만원 이상 4.37회로 나타났다.

◆연애중일 때 더 행복…혼전 성관계 교제 1개월 이내 'OK'

미혼남녀가 연애, 결혼, 출산 중 가장 크게 기대하는 것은 ‘연애’(남 56.6%, 여 54.2%)였다. 이어 ‘결혼’ (남 38%, 여 38.7%), ‘출산’(남 5.3%, 여 7%)이 꼽혔다. 그 이유는 ‘(연애가) 심리적인 풍요를 줄 것 같아서’(남 46.4%, 여 40.5%)란 답변이 압도적이다.

연애를 시작한 지 ‘1개월 이내에도 혼전 성관계가 무방’하다(남 43.1%, 여 21.9%)는 의견이 많았다. ‘결혼식 전 불가’라는 의견은 10.1%에 그쳤다. 비교적 자유로운 연애를 지향하고, 결혼과 출산에 부담을 갖는 사회 분위기가 드러난 대목이다.

박수경 듀오 대표는 “현실에 치여 연애를 미룰 만큼 사랑하기 어려운 시대라고 하지만 이번 보고서를 통해 이런 시기일수록 사랑할 때 더 행복하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듀오는 1996년부터 매년 ‘대한민국 2030 결혼 리서치’를 기획해 발표하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는 전국의 25세 이상 39세 이하 미혼남녀 1000명(남성 489명, 여성 511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 6일부터 20일까지 진행했다.

◆혼인율 하락, 만혼 추세 심화…낮은 혼인율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게 쉽지 않아

전문가들은 "결혼은 국가적 과제인 저출산 극복의 첫 단추"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2002년 이후 16년간 우리나라는 초저출산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 한 통계자료를 보면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합계출산율)가 1.3명 이하면 초저출산국으로 분류되는데, 지난해 우리나라는 1.05명이었다.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이 처음 발표된 2006년 이후 저출산 대책에 약 100조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합계출산율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

혼인율 하락과 만혼 추세도 저출산 심화의 주요 원인이다 보니 청년 결혼 문제를 제하고 저출산 대책을 거론하긴 어렵다.

취업난으로 연애·결혼·출산까지 포기한다는 이른바 '엔(N)포 세대'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낮은 혼인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주거 문제 고민 많은 청년층, 연애도 망설인다

주거 문제로 고민이 많은 청년은 결혼이나 출산뿐만 아니라 연애도 주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공개된 국토연구원의 정례 브리핑 '1인 청년가구 주거여건 개선을 위한 정책지원방안' 보고서에는 주거비 부담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고민이 여실히 드러난다.

연구원은 지난해 6~7월 수도권과 부산에 거주하는 1인 청년가구 500명을 상대로 주거 현황 등을 조사했다. 연구원은 주거비 부담이 연애와 결혼 등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을 조사해 0(아무 영향 없음)부터 100(매우 영향을 줌)까지 수치화했다.

분석결과 △연애(65.4점) △결혼(83.1점) △출산·양육(86.7점) △내집마련(87.2점) 순으로 점수가 높게 나왔다.

연애도 65점이 나와 '약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평가됐다. 특정 항목의 점수가 50점이 넘으면 주거비 부담이 그 행위에 영향력을 준다고 봐야한다.

연구원이 설문과 별도로 15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 인터뷰에서 한 응답자는 '주거문제가 불안한 상황에서 연애는 꿈도 못 꾼다'고 했고, 최근 상경한 한 청년은 '내집마련에 엄두가 나지 않아 결혼이나 출산을 포기한다는 얘기는 TV에서나 있는 줄 알았는데 주변에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있어 놀랐다'고 답했다.

설문 응답자들의 거주 형태는 보증부 월세(87.6%)가 대부분이었고 전세는 10.0%였다. 보증금 규모는 보증부 월세는 평균 1542만원, 전세는 7148만원이었다.

보증금의 70% 이상을 부모로부터 지원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보증금 7184만원 중 4430만원(62.0%), 보증부 월세 보증금 1542만원 중 1178만원(76.4%)은 부모가 부담한 것으로 파악됐다.

월 임대료는 평균 34만6000원이었고, 이 중 22만5000원(64.9%)은 부모가 지원해 준 것이었다. 청년들이 생각하는 적정 주거비는 현재보다 20~30% 낮은 수준이었다.

월 임대료의 경우 적당하다고 보는 금액은 현재의 72.5% 수준인 25만원으로 평가됐다. 보증금에 대해서는 전세보증금은 현 수준의 70.4%(5034만원), 보증부 월세는 87.2%(1344만원) 수준이 적당하고 답했다.

박미선 책임연구원은 "청년층에 대한 주거안정자금과 전세자금대출 이자지원 등 주거비 경감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대중교통 접근성과 주택계약 및 거주 과정에서 고충을 완화해줄 수 있는 수요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