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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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스토리] 태고의 흔적을 마주하다

제주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켜켜이 쌓인 거대 지층단면 한눈에/주왕계곡 탐방로·용추협곡 절경 일품/세계 최초 공룡·익룡 등 발자국 발견/해남 우항리 화석산지 역사 여행 추천/수도권엔 임진강 주상절리 등 볼거리
국가지질공원은 지구과학적으로 중요하고 보전 가치가 높은 곳이다. 지질 명소들은 단순히 보존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질 여행은 땅의 역사를 찾아가는 흥미진진한 시간여행이다. 수천만년의 세월을 견딘 바위를 쓰다듬다 보면 오늘의 작은 고민쯤 대수롭지 않게 여겨진다. 우리 국토가 크진 않지만, 시간의 흔적을 담은 곳이 전국 곳곳에 있다. 자녀와 함께 손잡고 시간여행을 떠나기에 이만한 때, 이만한 곳이 없을 것이다.

◆지구가 만든 괴이한 풍경들

13일 한국관광공사 등에 따르면 푸른 바다 위에 솟아난 신비로운 화산섬 제주도는 우리나라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등재됐다. 화산과 햇빛, 바람, 파도 등이 상호작용하며 오랜 시간 공들여 빚은 섬이 제주다. 수많은 화산활동과 풍화작용이 거듭하면서 지금 같은 제주도가 형성된 것이 약 180만년 전이다. 제주도에서 화산활동이 처음 일어난 곳은 서남부 해안 지대인 용머리해안이다. 원시 제주도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질 명소다.

용머리해안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은 용머리해안을 중심으로 산방연대와 산방굴사를 둘러보는 A코스(약 2㎞, 1시간 30분 소요), 사계포구를 거쳐 마을 안길을 걷는 B코스(약 2.5㎞, 1시간 30분 소요), 산방연대에서 황우치해변을 따라가는 C코스(약 5.7㎞, 2시간 30분 소요)로 나뉜다. 물결치듯 겹겹이 층을 이룬 지층 단면은 뜨거운 마그마와 차가운 바닷물이 만나 강력한 폭발을 일으킨 결과물이다.

부산 태종대는 공룡이 지배하던 백악기에 만들어졌다. 백악기 말 부산 일대에서 화산활동이 활발했고, 휴식기에 들어가 호수에 퇴적물이 쌓였다. 퇴적층이 굳어 바위가 되고, 해수면이 상승함에 따라 오랜 시간 물과 바람에 씻기고 깎여 지금의 모습이 됐다. 태종대 지질 명소는 영도등대 주변에 집중된다. 암석해안이 파도에 침식돼 평평해진 파식대지가 장관이다. 영도등대에서 계단을 지나 동쪽으로 내려가면 모래는 쓸려 가고 자갈이 파도에 동글동글해진 역빈(자갈 마당), 약한 암석이 파도에 깎인 해식동굴도 있다.

용추협곡
경북 청송은 주왕산과 주산지, 신성계곡 등 천혜의 자연 속에 원시의 비경이 있는 곳이다. 지질탐방로는 국립공원 주왕계곡 지질탐방로(4.5㎞), 신성계곡 녹색길 지질탐방로(12.4㎞), 청송자연휴양림 지질탐방로(5.5㎞)로 나뉜다.

용암베개
주왕계곡 지질탐방로는 주왕산국립공원에서 시작한다. 고찰 대전사 앞에서 바라보는 주왕산의 첫인상은 우뚝 솟은 기암 단애다. 중생대 백악기에 화산이 아홉 번 넘게 폭발했는데, 뜨거운 화산재가 쌓이며 굳어 기암 단애를 형성했다. 백학과 청학이 살아 청학동으로 불렸다는 용추협곡은 주왕산에서 가장 압도적인 절경을 보여준다.

백석탄
신성계곡 녹색길 지질탐방로의 절경 중 하나인 만안자암 단애는 길안천을 따라 붉은 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하얀 돌이 반짝거리는 개울’이란 뜻이 있는 백석탄(白石灘)은 신비한 하얀색 돌이 모여 장관이다.

◆자녀와 함께하는 역사여행

서울 근교 지질공원 중 대표적인 곳은 한탄강지질공원이다. 한탄강, 임진강, 차탄천 등을 아우르는 지질 명소 중 경기 연천엔 당포성, 임진강 주상절리, 전곡리토층전시관, 좌상바위, 재인폭포 등이 있다. 임진강변에 있는 연천 당포성은 고구려때 성으로 당포나루로 흘러드는 당개 샛강과 임진강 본류 사이에 형성된 삼각형 절벽 위에 있다. 임진강변 높이 약 13m 수직 주상절리 위에 현무암으로 성을 쌓았다. 임진강 주상절리에서 한탄강을 따라 동쪽으로 8㎞쯤 가면 연천 전곡리 유적을 만난다. 

전곡선사박물관
전곡선사박물관은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라면 들르는 것이 좋다. 박물관 외형이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처럼 생겨 타임머신을 타고 구석기시대를 여행하는 기분이다. 내부에는 동아시아에서 처음 발견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를 중심으로 동굴벽화, ‘인류 진화의 위대한 행진’ 등 교육적인 전시물이 가득하다. 연천 최고의 지질 명소는 재인폭포다. 재인폭포는 원형으로 감싸는 거대한 주상절리가 압도적이다. 지장봉에서 흘러 내려온 작은 하천이 높이 18m에 달하는 현무암 주상절리 절벽에서 쏟아진다.

지질공원을 둘러보면 공룡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공룡에 한창 관심 많은 아이가 질문을 던졌을 때 쉽게 답을 할 수 없다. 이럴 땐 전남 해남 우항리 공룡·익룡·새 발자국 화석 산지에 가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이곳은 세계 최초로 공룡과 익룡, 새 발자국 화석이 동일 지층에서 발견된 곳이다.현재 국가지질공원 등재를 추진 중이다. 발자국 화석은 하나씩 따로 찍힌 것부터 길게 걸어간 흔적까지 다양하다. 그중 새 발자국 화석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남공룡박물관
해남공룡박물관으로 향하는 길에 우항리 지역의 백악기를 재현한 사파리존이 조성돼 있다. 백악기는 공룡 전성기인 중생대 맨 마지막 시기다. 목이 긴 초식공룡 마멘키사우루스,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육식 공룡 모노로포사우루스 등 거대한 공룡 조형물 10여종이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 생생하다. 사파리존을 지나면 언덕 위에 우뚝 선 흰색 건물이 해남공룡박물관이다. 벽을 뚫고 탈출하는 말라위사우루스는 박물관 인기 스타다. 중생대 재현실은 타임머신을 타고 공룡시대로 돌아간 듯 실감나는 전시가 눈길을 끈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