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S스토리] 공룡이 밟았던 흙·돌…원시의 땅으로 가다

관광公, 전국 지질 명소 추천/가족과 ‘시간 여행’ 떠나볼 만
“나이도 한참 어린 것이 감히 날 걷어차?”

말을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지만, 길을 가다 발에 차이는 돌멩이들이 말을 했다면 이랬을 듯싶다. 주위에 너무 흔하고, 별 쓸모도 없어 보이니 신경도 쓰지 않는다. 단언컨대, 길에 흔히 보이는 돌멩이와 흙은 이를 찬 사람보다 훨씬 오랜 세월 존재했을 것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들 듯, 이 돌과 흙도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있느냐에 따라 달리 대접받는다. 형태만 보고 감탄하기도 하고, 작품 같아 함부로 만지기 어렵게 느껴지는 돌과 흙도 있다. 흔하디흔한 돌과 흙이지만, 우리가 보던 그 돌과 흙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독특한 형태의 돌과 흙이 모여 있는 장소가 지질공원이다. 유네스코는 세계지질공원에 대해 ‘단일의 통합된 지리적 영역으로, 국제적인 지질학 가치가 있는 명소가 보호, 교육, 연구, 지속가능한 발전의 목적으로 이용되는 곳’이라고 정의했다. 주위 다른 지역과 구분되는 독특한 형태의 돌과 흙이 모여 있어 관광, 교육, 연구 목적 등으로 활용 가치가 있는 곳이란 의미다.

지질공원에서는 오래전부터 존재한 돌, 흙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우리가 걷고 있는 곳이 공룡이 밟았던 땅이고, 손으로 만지는 그곳이 구석기시대 원시인이 똑같이 손을 짚은 곳일 수 있다. 지질공원에서는 수천 수만 년의 시간을 뛰어넘는 여행을 할 수 있는 것이다.

13일 환경부와 한국관광공사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유네스코에서 인증한 제주, 경북 청송 2곳의 세계지질공원과 우리 정부에서 인증한 10곳의 국가지질공원이 있다. 제주는 한라산과 수월봉 등 10곳을 묶어 2010년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됐고, 경북 청송은 지난해 5월 주왕산 기암단애와 백석탄 등 24곳을 묶어 등재됐다. 유네스코는 제주와 청송을 포함해 전 세계 35개국 127개 지역을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했다. 정부는 2022년까지 8곳을 추가로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할 계획이다.

우리 정부가 인증한 국가지질공원 10곳은 제주와 청송을 포함해 울릉도·독도, 부산, 강원평화지역(화천·인제·양구·고성), 무등산권(광주·화순·담양), 한탄강(포천·연천·철원), 강원고생대(태백·영월·정선·평창), 경북 동해안(경주·포항·영덕·울진), 전북 서해안권(고창·부안)이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