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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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선언' 원색 비난하던 洪, 발언수위 낮췄다

여론 호평·당 안팎 비판 목소리 의식 / “남북대화 반대 안 해”… 첫 긍정 평가 / 민주 박용진 “洪은 여당 산타클로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에 대해 1일 “제비 한 마리 왔다고 온통 봄이 온 듯이 환호하는 것은 어리석은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북 김정은과 남 주사파의 숨은 합의’라고 원색 비난했던 전날보다는 공세 수위를 크게 낮췄다.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민들 호평과 “무책임하고 몰상식한 발언” 등 당내 비판 목소리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폭주하던 북의 독재자를 대화의 장에 끌어낸 것은 잘한 일”이라며 “우리는 남북대화를 결코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 대표가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긍정적 평가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 대표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우리 민족끼리’라는 허황된 주장에 동조한 회담 결과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부산 필승결의대회 인사말 하는 洪대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일 부산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열린 ‘당 6·13 지방선거 부산 필승결의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홍 대표는 그러나 ‘위장평화쇼’ 시각은 고수했다. 그는 이날 “완전한 핵폐기 회담이 아닌 북의 시간 벌기, 경제제재 위기 탈출용으로 악용될 경우 한반도에는 더 큰 위기가 온다”며 “문(재인) 정권이 감성팔이로 북핵문제에 대처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완전한 핵 폐기 없는 평화는 위장 평화일 뿐이고 5000만 국민은 북핵의 노예가 될 뿐”이라고 밝혔다.

당 안팎에서는 홍 대표의 이 같은 판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한국당 김태호 경남지사 예비후보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홍 대표가) 너무 나가셨다는 느낌도 든다”며 “국민적 우려를 낳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해 후보자와 당 지도부 간 조율과정을 거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아예 홍 대표를 여당의 ‘산타클로스’에 비유했다. 박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홍준표 대표가 말하는 걸로 보면 스크루지 영감인데 실제 우리한테 해 주는 걸 보면 산타클로스”라며 “민주당으로서는 지방선거의 보약 같은 존재다. 우리끼리 저분이 행여나 빨리 관두면 어떡하나 이런 걱정도 한다”고 비꼬았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