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차 한잔 나누며] “토토 이끌어준 알프레도처럼… 아이들 꿈 돕고파”

서울구로어린이국제영화제 김한기 이사장
“영화 ‘시네마 천국’에서 소년 토토의 꿈을 키웠던 ‘시네마 파라디소’ 같은 역할을 하는 영화제로 정착시키고 싶습니다.” 
김한기 서울구로어린이국제영화제 이사장이 4일 인터뷰에서 “영화진흥위원회가 어린이들의 꿈을 지원하는 영화제라는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고 기존 영화제 지원 기준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한푼도 지원해주지 않는 게 아쉽다”며 정부 차원의 관심을 당부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매년 5월, 서울 구로구 일원에선 ‘국제’라는 수식어가 붙는 어린이 영화축제가 펼쳐진다. 2013년부터 구로구가 영화를 통해 세계와 소통하는 영화 꿈나무를 키워내기 위해 기획한 서울구로어린이국제영화제다. 6회째를 맞는 올해도 ‘영화로 세계를 꿈꾸다’를 주제로 10일부터 이레 동안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 등에서 열린다. 작품을 공모한 결과 전년도 53개국 644편에 비해 약 30%가 증가한 73개국에서 906편이 접수됐다. 서울 시내 25개 구 가운데 문화적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자치구에서 우리나라 유일의 글로벌 어린이영화제가 열리는 것이 이채롭다.

영화제 준비로 바쁜 서울구로어린이국제영화제 김한기(72) 이사장을 4일 구로문화회관 1층 영화제 사무국에서 만났다. 김 이사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영화제 설명에 열을 올렸다. “개막작은 프랑스 출신 알렉산더 모롯 감독이 연출한 ‘몬테소리 어린이 교육’입니다. 영화제 피날레는 진광교 감독이 연출한 국내작 ‘내게 남은 사랑을’이지요. 무뚝뚝한 가장과 그의 가족이 하나 되는 과정을 그린 감동드라마입니다” 
김 이사장은 영화제에 대해 “서울의 작은 기초자치단체에서 기획한 어린이 영화제라 첫해부터 관심을 끌지 못할 것이라는 선입견과 편견이 많았다. 하지만 횟수를 거듭할수록 참여국과 출품작 건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인지도도 크게 올라 글로벌 영화제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어린이영화제라 영화 꿈나무들이 참여하는 행사가 당연히 많다. “초·중학생이 직접 연출제작한 작품도 30여편 출품됐어요. 이들 작품은 어린이 심사위원단 200여명이 심사해 시상합니다. ‘나도 영화감독, 시나리오, 작가, 배우가 될 수 있다’는 주제의 워크숍에는 100여명이 참가할 정도로 관심이 높습니다.”

영화제 사무국 활동은 영화제 기간에만 반짝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영화 꿈나무를 키우는 본연의 일은 연중 진행된다는 것이다. 영화관 등 문화시설이 없는 농어촌 어린이들을 위한 지원 활동에 비중을 두고 있다. 2015년 봄에는 전남 영암 지역 초등학교에서 ‘스마트폰 영화학교’를 운영해 호응을 얻자 작년 영화제 기간에는 전남 신안, 강원 정선, 경북 봉화지역 어린이 100여명을 서울로 초청했다. 
김 이사장에게 영화는 애초 생소한 분야였다. 40여년간 구로디지털단지에서 정보통신회사를 운영하는 중소기업인으로, 영화에는 문외한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그에게 이성 구로구청장이 이사장을 제의했다. 지역 사회복지협의회장을 맡아 사비도 털어놓으며 지역을 위한 봉사에 적극적인 그를 주변 인사들이 추천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고사했지만 며칠 후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국민의 가장 사랑받는 문화 장르인 영화일을 나이 들어 할 수 있다는 설렘이 생겼어요.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일에 ‘인생 2막’을 투자하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

이사장 자리를 맡은 후에는 영화계 인사와 교류를 트고 국내외 각종 영화제에 얼굴을 내밀면서 영화에 대한 식견을 넓혔다. 지금은 영화 제작자로도 활약 중이다.
김 이사장은 “이 일을 생애 마지막 봉사로 여긴다”며 “‘시네마 천국’에서 토토 스승이었던 영사기사 알프레도처럼 수많은 ‘토토’들에게 영화를 통해 더 큰 세상을 보여주고 그들의 꿈을 응원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 생각한다”며 활짝 웃었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