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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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온전히 드러난 개뼈, 인간과 질긴 인연 증언

남해 섬 늑도서 신경써서 눕힌 자세로 발견/ 개 공동묘지 추정 구역도… 순장·제물용 등 해석
남해의 작은 섬 늑도에서는 1979년 지표조사 이후 5차례에 걸쳐 발굴 조사가 진행됐다. 그 결과 패총과 무덤유구, 주거지 등과 함께 중국, 일본의 것을 포함한 각종 토기류, 중국 한나라 거울 등 1만3000여점의 유물이 출토됐다. “고대국가 초기 단계에 형성된 복합유적으로서 고대 동아시아지역 문화교류 증거를 보여주는” 유적지로 평가받는 이곳에서 개뼈의 존재는 대단히 흥미롭다. 특히 이목을 끄는 것은 개들의 공동묘지로 보이는 구역을 따로 조성했다는 점이다. 동물뼈는 제각각 흩어져 발견되기 마련인데, 늑도에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전하게, 신경을 써서 눕힌 자세의 개뼈가 나온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남해안의 늑도에서 발견된 개뼈.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신경을 써서 매장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늑도는 인간과 개의 질기고 깊은 인연을 재확인시켜주는 유적이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김헌석 연구원은 “늑도 개뼈의 상태는 매장할 때 굉장히 신경을 썼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이런 사례는 당시의 애완동물, 수호동물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무덤에서 발견된 개뼈에 대한 분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제의와 관련하여 순장이나 제물용으로 하나의 개체를 온전히 매장했을 것이란 해석이 하나다. 3마리분의 개뼈가 머리를 동쪽으로 향하고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되어 있는 경산 임당 고분이 이런 사례에 해당한다. 자연사한 개의 무덤을 만들어 묻어주는 경우도 있다. 물론 식용이었던 개의 흔적도 있다. 이런 경우엔 뼈에 해체흔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강구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