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설왕설래] 산림녹화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는 아름답다. 지구의 야경은 황홀하기까지 하다. 대도시 문명의 빛이 연출하는 지구의 밤은 그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다. 프랑스의 항공사진 작가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은 “지구만 한 예술은 없다”고 말한다. 우주가 아닌 지상에서 보는 지구는 평화와는 거리가 멀다. 전쟁, 기아, 질병, 빈곤 등의 어려움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지구도 채플린이 본 인생과 다르지 않다. 지구는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2014년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촬영된 사진들 중 외신들이 가장 주목한 ‘작품’은 한반도 야경 사진이다. 남과 북의 밤 모습을 담은 사진은 슬프다. 남한은 칠흑 같은 바다 위에 환한 불빛을 내뿜으며 섬나라처럼 떠 있고, 북한은 평양 말고는 불빛이 거의 없어 해안선조차 구분되지 않을 정도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2005년 미국을 방문했을 때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자신의 집무실 책상 유리 밑에 펼쳐 놓은 한반도 야간 위성사진을 보여주며 “나는 매일 이 사진을 보며 한반도 문제를 생각한다”면서 “이렇게 드라마틱한 나라가 없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같은 민족인데 남북으로 체제만 달리해 살고 있는데 너무도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씁쓸한 한반도 야경은 오늘도 그대로다.

남과 북의 큰 차이를 보여주는 드라마틱한 사진은 또 있다. 천리안 위성이 2014년 찍은 영상이다. 남한 지역 대부분은 초록색으로 뒤덮여 있지만 북한은 자강도·양강도·함경북도 일부만 초록색일 뿐 나머지 지역은 흰색이다. 북한의 산림 황폐화가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한국은 헐벗은 민둥산을 가장 짧은 시간에 금수강산으로 만든 산림녹화 성공의 기적을 갖고 있다. ‘판문점 선언 이행추진위원회’가 남북정상회담 후속사업으로 북한의 민둥산을 숲이 우거진 산으로 만들기 위한 산림 협력을 우선 추진하기로 했다.

옛말에 ‘곳간이 차야 예절을 알고, 의식이 족해야 영욕을 안다’고 했다. 일의 순서로 따지면 녹화보다 민생 해결이 먼저다.

김기홍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