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때 ‘7광구’ 개발에 나서면서 산유국의 꿈을 꾼 적이 있다. 제주도 남쪽과 일본 규슈 서쪽 사이 해역의 대륙붕이 7광구다. 석유와 가스 매장량이 ‘흑해 유전’과 비슷한 72억 t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 정부가 1970년 5월 영유권을 선포하자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나서 협의 끝에 1974년 한·일이 공동으로 개발하자는 협정을 맺었다. 한국은 개발에 적극적이었으나 일본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고 중국까지 영유권을 내세우면서 복잡하게 얽혀 개발이 중단된 상태다.
산유국의 염원을 이뤄줄 오아시스를 어쩌면 생각보다 빨리 가까운 곳에서 찾을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판문점 선언으로 남북한 경제협력사업이 본격화되면 북한의 자원 개발도 탄력을 받는다. 정부는 최근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한국광해관리공단이 통합해 출범한 ‘한국광업공단(가칭)법’에 북한 광물 개발 조항을 포함해 북한의 자원 개발 사업 참여에 시동을 걸었다.
북한에서 원유 탐사 작업을 했던 영국 지질학자 마이크 레고는 2015년 석유분야 지구과학 전문지 ‘지오엑스프로’에 ‘북한 석유 탐사와 잠재력’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채굴 가능 원유 매장량을 50억배럴로 추정했다. 동해와 서해에 매장량 400억∼500억배럴의 유전이 있다는 보고서도 많다. 석유 탐사에 필요한 기술과 자본이 없어 그대로 묻어두고 있을 뿐이다. 중국이 눈독을 들인 지 오래다. 지금은 그림의 떡이지만 남북이 함께 유전을 개발하면 산유국의 꿈을 이룰 수 있다. 그 뒤에 벌어질 일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김기홍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