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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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인공강우

2007년 6월 중국 랴오닝성에 56년 만의 큰 가뭄이 들었다. 중국 정부는 인공강우용 로켓 1500발을 발사해 2억8300만t의 비가 내리도록 했다. 하지만 가뭄 해갈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2차로 항공기 3대와 로켓 681발로 5억2500만t의 비를 더 만들어냈다. 한국 수도권만 한 면적에 평균 50㎜의 강우량을 불러오는 데 성공한 것이다. 랴오닝성은 지난해 5월에도 봄 가뭄이 심각하자 두 차례에 걸쳐 항공기 11대로 구름 입자를 뭉치게 하는 로켓탄 623발을 발사해 인공비를 만들었다.

인공강우는 소금 입자나 요오드화은, 드라이아이스 등을 구름에 살포해 이뤄진다. 이들 물질에 수분 입자가 달라붙으면서 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인공강우는 가뭄 해소뿐만 아니라 대기오염 저감 등에도 활용된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베이징으로 몰려오는 주변 구름을 강우로 바꿔 미세먼지를 걷어냈다. 2016년 12월20일에는 산둥성 허쩌시 상공에 인공강우 유도 물질을 담은 특수로켓탄 72발을 발사해 대기오염을 줄이는 데 톡톡히 효과를 봤다. 미국에서도 안개가 짙게 낀 농지에 차량으로 인공강우 유도 물질을 뿌려 농작물이 일조량을 확보하게 하는 등 인공강우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

중국이 이번에는 한반도 8배 크기만 한 땅에 인공강우 시설을 설치해 한 해 100억t의 물을 증산하겠다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고 한다. 세계 최대 인공강우 프로젝트가 이뤄지고 있는 곳은 티베트고원이다. 티베트고원은 황허강, 양쯔강, 메콩강 등의 발원지로 매년 4000억t의 식수를 공급하는 곳이다. 하지만 최근 강수량이 연 100mm 미만으로 줄자 이곳에 굴뚝이 달린 연소실 수만개를 설치해 비를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대기오염이 심해지고 기상이변이 크게 늘면서 인공강우 기술의 필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산업적 가치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 저만큼 앞서가는 중국에 비하면 우리는 걸음마 수준이다.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한 지 10년 남짓인 데다 연구 환경도 열악하다. 아직도 하늘에서 비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천수답 과학’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원재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