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설왕설래] 독도함과 마라도함

1만4000t급 대형상륙함 독도함은 우리 해군을 상징하는 함정이다. 2005년 진수식 때 중국과 일본이 경(輕)항공모함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길이 199m, 폭 31m로 웬만한 경항공모함 수준이니 그런 말이 나올 법했다. 하지만 제트기가 이착륙할 수 없다는 게 한계다. 700여명의 대대급 병력 상륙작전을 수행하고 해군 기동전단의 기함 역할을 하는 데 그친다. 재해·재난 구호활동 등에도 활용된다. 2010년 천안함 수색·인양작전과 2014년 세월호 참사 구조·수습작전 때 지휘함 역할을 했다. 해군 함정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유일한 대형상륙함이어서 작전뿐 아니라 각종 행사에 동원되는 데다 항상 지휘부가 승선하는 탓에 승조원들의 피로도가 다른 함정에 비해 크다고 한다.

두 번째 대형상륙함인 마라도함이 14일 부산 한진중공업 조선소에서 진수식을 갖고 위용을 드러냈다. 해군은 독도함 건조 당시 대형상륙함 이름으로 ‘한국 해역 최외곽 도서명’을 붙이기로 함에 따라 이번에는 ‘한반도 남방해역과 해상교통로 수호 의지’를 담아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배수량이나 길이, 폭, 최대속력(23노트·시속 41㎞)은 독도함과 같지만 기능이 진화했다. 현측 램프의 지지하중을 강화하고 폭을 확대해 장갑차뿐 아니라 전차까지 실을 수 있다. 비행갑판 강도를 높여 수직이착륙기 오스프리 2대가 이착함할 수 있다. 최첨단 고정형 다중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장착해 360도 전방위 감시를 한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적의 대함유도탄을 요격하는 방어유도탄 ‘해궁’ 탑재 등으로 무기체계도 강화됐다. 시운전 등을 거쳐 2020년 해군에 인도된다.

이달 초 중국의 첫 자국산 항공모함 산둥함이 시험 항해에 나섰다. 산둥함이 실전 배치되면 동북아 일대 해양패권 구도가 흔들리고 주변국들의 해양전력 증강 바람이 거세질 것이다. 2년 후 우리 해군이 운용하는 대형상륙함이 2척으로 늘면 활용도가 높아져 해양주권 수호에 더 큰 역할을 맡게 되지만, 여기에 만족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세 번째 대형상륙함 건조 등 해양안보 역량을 키우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박완규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