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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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푸르른 날엔… 손 꼭 잡고 걷자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5월은 어느 때보다 야외 활동을 하기에 좋은 달이다.
덥지도, 춥지도 않다. 녹음이 점점 짙어가는 찰나의 순간을 즐기며 걷기에 이만한 때가 없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싱그러운 봄 날씨와 어울리는 걷기 여행길을 선정했다.
안동호 수변 따라 안동선비순례길.
#옛 흔적 품어 안은 길

낙동강 상류지역인 경북 안동 와룡면의 협곡을 막아 생긴 안동호는 낙동강 수계 최대 인공저수지다. 안동에서는 안동호 수변을 따라 9개 코스 91㎞의 걷기 여행길을 조성했는데 길 이름은 안동선비순례길이다. 이 길에서는 길 이름에 걸맞게 서당, 서원, 향교, 고택 등을 만날 수 있다. 안동선비순례길을 여는 1코스 선성현길은 오천리 군자마을에서 코스 이름이 된 선성현문화단지를 거쳐 월천서당에 이르는 13.7㎞의 노선이다. 군자마을 뒷산을 넘어 안동호반을 따라가는데 편안한 산길과 걷기 쉬운 데크로 이어진다.
순교 역사가 서린 버그내 순례길.
버그내 순례길은 충남 당진 합덕읍에서 삽교천을 따라 이어지는 13.3㎞의 걷기길로서 그 이름은 합덕 장터의 옛 이름인 ‘버그내’에서 유래하였다. 한국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의 탄생지인 솔뫼성지에서 조선의 카타콤이라 불리는 신리성지까지 조성된 버그내 순례길은 대한민국 천주교 역사상 가장 많은 신자와 순교자를 배출한 명실상부 국내 최대의 천주교 성지를 품고 있는 길이다. 
마음 푸근해지는 부인사 도보길.
대구 팔공산올레길 3코스 부인사 도보길은 마음이 푸근해지는 길이다. 벚나무가 터널을 이룬 용수동 팔공로 벚나무길을 걸어 팔공산 그림자가 물에 담긴 수태지를 지나면 부인사가 나온다. 대웅전 뒤뜰에는 자태 고운 할미꽃이 핀다. 고려시대 불상으로 알려진 신무동 마애불좌상을 지나면 옛 마을이 나오는데, 마을에 흐르는 용수천은 고향의 실개천을 닮았다. 농연서당을 지나면 300여 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용수동 당산이 나온다. 커다란 나무 몇 그루와 돌탑이 옛 마을을 품고 있다. 약 9.8㎞의 길로 3시간30분 정도면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이웃동네 마실가던 감동벼룻길.
#투박한 그림 같은 길

평균 고도 300m쯤 되는 전북 진안을 흔히 ‘진안고원’으로 부른다. 진안고원길은 마을길∼고갯길∼숲길∼옛길∼논길∼밭길∼물길 등을 두루 걸으면서 진안군을 한 바퀴 돈다.

100여개 마을과 50여개 고개를 지나며, 마을과 마을의 문화를 이어준다. 이 중 1시간30분 정도 걷는 거리인 3.7㎞의 11-1코스 감동벼룻길은 감동마을 주민들이 과거 용담면과 안천면 등으로 마실 가거나 아이들이 학교 갈 때 이용했던 길이다. 금강을 따르는 이 길에는 도로는 물론 인공 시설물 하나 없어 투박하고 순박한 자연을 만날 수 있다.
조선 세조가 즐겨 찾은 오리숲길.
충북 보은 오리숲길·세조길은 속리산 문장대 가는 등산로 옆으로 새롭게 걷는 길을 닦아 만들었다. 조선 세조가 속리산을 수차례 다녀간 것을 이름에 담은 것으로 아름다운 침엽수림과 달천계곡을 사이에 두고 그림 같은 길이 4㎞ 정도 이어진다.

법주사 문화재입장료를 내야하므로 자연스럽게 법주사 관람을 함께하게 된다. 1.2㎞ 정도는 휠체어 이동이 가능한 무장애 탐방로로 조성돼 있다.
이팝나무 향 그윽한 합천 소리길.
경남 합천 소리길은 가야산국립공원 아래 팔만대장경을 모신 해인사와 그 아래 홍류동 계곡을 따라 이어진 6㎞의 길이다. 논두렁길과 소나무숲길, 민가 사이로 난 작은 고샅길 등 다양한 길을 걷는 맛이 있다. 또 5월이 되면 졸졸졸 흐르는 홍류동을 따라 신갈나무·굴참나무·상수리나무들이 녹음 짙은 울창한 숲을 이루고, 팝콘처럼 틔우는 이팝나무꽃 향이 진동한다.

두어 시간 걸으면 충분한 소리길에서 만나는 농산정·칠성대·낙화담 등 16곳의 명소는 한시라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