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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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공직자의 명예

검찰총장 출신 신승남씨가 골프장 캐디 기숙사에 찾아가 “껴안고 뽀뽀… 애인 해라”고 했다는 보도가 나온 적 있다. 그는 또 골프연습장에 공동 투자했다가 용역직원을 동원해 지분 확보 싸움을 벌이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검찰총장과 골프장 주인. 어울리지 않은 자리로 가면서 벌어진 일이다.

국정원 2차장을 지냈던 이상업씨도 명예롭지 못했다. 국정원 퇴임 후 그는 자신의 이름으로 자동차 부품 회사를 인수했는데 9000원이던 주가가 4개월 뒤 1만7000원대로 뛰었다. 그의 경력 프리미엄이 작용했다. 차익을 실현한 주주들은 빠져나갔고 인수 6개월 만에 회사가 팔리자 주가가 곤두박칠치면서 상장 폐지됐다. 법정 처벌을 받은 그는 이름만 빌려줬다지만 누울 자리를 잘못 선택한 것이다.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전쟁터에 나가는 것만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다했다고 할 수 없다. 전쟁터에 갈 일이 없는 요즘에는 국민 기대치에 맞춰 사는 게 ‘지도층의 책임’이다. 고위직 인사들이 그 기대치를 깎아내릴 때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한다.

대표적인 해외 사례가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사건이다. 프랑스 여론조사에서 40% 후반의 지지율을 얻었던 그는 당내 경선조차 필요 없을 정도로 유력한 대선후보였다. 그토록 신망받던 그가 뉴욕 호텔에서 여종업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되자 국민 감정이 폭발했다. 2년 전 그는 모든 것을 한꺼번에 잃었다.

국민 눈높이를 아예 외면하는 국내 인사도 있다. 2006년 11월∼2008년 2월 국정원장을 지낸 김만복씨다. 그는 지난해 서울 중구 필동에 대부업체를 설립했다. 지인에게 6억원을 빌려준 뒤 연리 20% 이자를 받았다가 세무서의 권고로 그렇게 했다고 한다. 일부 대부업체가 이자폭탄으로 서민들의 허리를 휘게 하고 폭력배를 동원해 불법 채권추심을 한 것 때문에 인식이 좋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다. 그는 안중근장학회의 기금 8억3000만원을 무단 인출했다가 교육청 감사에 적발되기도 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 ‘굽신 만복’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2015년에는 새누리당에 팩스 입당했다가 제명당했다. 국민들을 뭘로 보는지.

한용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