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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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스토리] Rock 갇혀버린 Lock

1990년부터 2000년대까지가 절정기 / 인디 음악계서도 록 가수들 ‘우후죽순’ / 최근 TV·라디오엔 아이돌들 노래만 / 과거 ‘젊음의 상징’서 실버산업 전락 / 콜드 플레이·스팅 등 유명 록 가수들 / 방한 콘서트 대부분이 매진돼 대조적 / “기성 뮤지션 과거에만 매몰돼선 안돼 / SNS 등 활용 젊은층과 적극 소통해야”
국내의 대표 록 페스티벌로 불리는 ‘지산 밸리록 뮤직앤드아츠 페스티벌(지산 밸리록 페스티벌)’이 올해는 개최되지 않는다. CJ E&M은 2009년 시작된 ‘지산 밸리록 페스티벌’의 개최중단을 최근 선언했다.

인천에서 열리는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과 함께 국내 록페스티벌의 양대산맥으로 꼽힌 지산 밸리록 페스티벌의 중단은 ‘단골손님’ 같았던 국내 록의 인기가 시들어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해외 록 가수의 내한 공연은 성황을 이루고 있다. 이들 티켓은 오픈과 동시에 매진 행렬을 기록 중이다. 일각에서는 ‘록 인기의 하락은 전 세계 트렌드’라고 한다. 하지만 ‘비겁한 변명’일 뿐이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록이 아직도 강세다. 오는 7월 말 개최되는 ‘후지 록 페스티벌’은 오히려 규모를 확대, 일본 현지뿐 아니라 한국과 중국 등에서 팬들이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한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젊음의 상징’에서 ‘실버산업’ 된 ‘국내 록’

한국 록을 대중매체에서 접하기 힘들어진 지는 이미 오래다. TV는 물론 라디오에서는 연일 아이돌 가수의 노래만 틀어준다. 음악전문 방송은 아이돌 가수들의 잔치가 됐으며, 록 가수는 ‘불후의 명곡’ 등 가창력을 뽐낼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초대될 뿐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게스트는 대부분 아이돌 가수들이 차지하고 있다.

1990년부터 2000년대까지 록의 절정기에는 다양한 콘서트와 페스티벌이 개최됐다. 인디 음악계에서도 록 가수들이 우후죽순처럼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호황도 잠깐, 결국 공연계에서도 록은 찬밥 신세가 됐다. 힙합, EDM 등이 인기를 얻으면서 주류가 됐기 때문이다.

물론 록의 절정기에 인기를 얻었던 가수들은 현재도 꾸준히 공연을 개최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록의 위기가 아니다’라고 말하기 힘들다. 콘서트 규모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아졌다.

한 해 개최되는 록 페스티벌의 수도 줄어들었다. 또한 콘서트를 찾는 관객들이 새롭지 않다는 점이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기존의 팬들, 가수와 함께 늙어 이제는 40·50대를 바라보는 팬들이 관객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젊음의 상징’으로 불렸던 록이 젊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이제는 ‘실버산업’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전성기’는 현재 진행 중 ‘해외 록’

‘실버산업’이 되고 있는 국내 록과는 다르게 해외 록은 젊은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오히려 과거보다 인기가 더 많다.

최근 한국을 찾은 해외 가수들의 콘서트는 대부분 매진됐다. 콜드 플레이, 스팅, 원리퍼플릭 등의 유명 록 가수는 물론이고 나씽 벗 띠브스, 레이니와 같은 신예와 라이드 등 관록 있는 록 가수의 콘서트까지 많은 인기를 얻었다. 일부 콘서트의 경우 티켓이 원래 가격의 2∼3배 이상의 암표로 거래되기도 했다.

단순히 서양권 가수에 열광하는 것도 아니다. 대만, 태국, 몽골, 중국 등 아시아권 록 가수들의 내한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 초 서울과 부산에서 콘서트를 진행한 중국 록밴드 ‘차이니스 풋볼’과 지난해 9월에 처음 한국을 방문한 데 이어 다음달 두 번째 내한공연을 여는 대만 록밴드 ‘선셋롤러코스터스’가 대표적이다. 공연업계에서도 국내보다는 해외 가수의 섭외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국내 록 가수의 경우 일부를 제외하고는 티켓 판매가 목표치에 도달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섭외에 어려움이 많지만 차라리 해외 가수를 데려오는 게 더 이득”이라고 말했다.

◆‘한국 록’이 가야 할 길은

한국 록이 불황이라고 하지만, 해외에서 오히려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국내 록 가수들도 많다. 예컨대 ‘더 로즈’의 경우 데뷔 반년 만인 지난 2월 유럽 5개국에서 투어 공연을 했다. 19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는 북미와 남미 11개 도시 투어를, 연말에는 유럽 6개 도시 투어를 할 예정이다. 대중가요계 한 관계자는 “더 로즈의 경우 데뷔 전부터 인디계에서 오랫동안 노래와 연주를 해왔던 멤버들”이라며 “‘진짜 노래’를 하기 때문에 해외에서 알아봐 준 것”이라고 말했다.

‘가수’(歌手)란 노래 부르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대중문화인이다. 즉 ‘노래’로 자신의 존재를 입증해야 하는 직업인 것이다. 록 가수이자 팝 음악 전문 라디오 진행자 배철수는 “록은 과거 클래식이 걸어온 길을 걷고 있다. 예전에도 클래식의 전성기는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인기가 많이 줄었으며, 결국 최고의 연주자들만 남아서 계속 공연을 다니고 평가를 받는다”며 “결국 록 밴드도 잘하는 밴드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공연계 관계자는 “기성 록 가수들은 과거의 인기만 기억하고 변하려 하지 않는다”며 “요즘 세대는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으로 음악 듣는 데 전혀 활용하지 않으면서 팬들과 소통이 안 된다고 불평한다”고 말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