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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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스토리] 아이돌 음악에 밀려… 불꺼진 ‘한국 ROCK’

해외 록가수들 내한공연 성황 반면 / 국내 록, 방송서도 사라져 인기 ‘시들’ / 대형 록페스티벌도 올해 개최 중단
“2차 공연 티켓도 매진…총 9만석 ‘완판’”

“티켓 오픈 30초 만에 매진…홈페이지 접속 폭주”

“치열한 예매 전쟁…선예매 ‘순삭’(순간삭제)”

해외 록 가수들의 내한공연과 관련된 기사의 제목들이다. 최근 콜드플레이, 스팅 등 해외 록 가수들의 내한이 늘고 있다. 이들의 내한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공연 내용은 물론이고 티켓 구매에 대한 글들이 폭주한다. 티켓은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매진된 건 물론이고 접속자가 한 번에 몰리며 서버가 다운돼 홈페이지 접속이 안 되기도 한다.

예컨대 콜드플레이의 경우 2016년 11월 23일 낮 12시 인터파크티켓과 예스24 등을 통해 1차 티켓을 오픈했는데, 2만2000여석이 수분 만에 매진됐다. 정확한 시간을 측정하기는 힘들지만 SNS 등에서 2분이 지나 표가 다 팔려 예매에 실패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공연을 주최했던 현대카드 관계자는 “인터파크티켓과 예스24를 합쳐 최대 동시 접속자 수가 55만명에 달했다”고 전했다. 이튿날 진행된 2차 티켓도 오픈과 동시에 매진됐다. 총 9만석이 팔렸다. 또한 티켓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2장에 최대 100만원을 호가하는 암표가 등장하기도 했다. 제일 비싼 좌석인 15만4000원 가격의 티켓은 최고 69만원까지 치솟았다.

해외 록 가수들의 내한공연에는 열광하는 반면 한국 록 가수들의 공연에는 관심이 적다. 뮤직뱅크, 쇼!음악중심, 인기가요, 엠카운트다운 등 음악전문 방송은 물론이고 언론에서조차 록 음악을 거의 다루지 않는다.

오직 ‘아이돌 가수’들만 찬양한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가요계를 주름잡았던 록 음악이 이제는 브라운관에서 사라졌다.

공연계도 마찬가지다. ‘록=젊음의 상징’으로까지 불리며 록은 2000년대 후반 록 페스티벌이 첫 문을 연 뒤 꾸준히 사랑을 받아왔다. 2013년에는 여름 대형 록 페스티벌이 5개나 개최됐다. 하지만 식어가는 국내 록의 열기와 함께 록 페스티벌은 차츰 줄어들었다. 올해에는 대형 록 페스티벌 양대 산맥 중 하나인 ‘지산 밸리록 페스티벌’이 개최를 중단했다. 수년 전부터 업계에서 우려했던 ‘한국 록의 위기’가 체감되는 순간이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