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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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해리 해리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내정자는 미 중앙정보국(CIA)으로부터 메달(Seal Medal)을 받은 CIA 공로자이다. CIA의 정보 수집 활동에 크게 기여한 비조직원에게 주는 상이다. CIA국장 출신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당시 내정자)이 지난 3월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러 평양으로 날아가면서 하와이에 들러 태평양사령관이던 그를 주한대사로 발탁했다.

 북한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받은 폼페이오는 그 자리에서 한국으로 갈 것을 권유했다. 퇴역 뒤 주호주 대사로 내정됐던 해리스의 방향을 틀었다. 그의 분석력과 준비 자세에 감탄했던 것이다. 이제 한반도에서 CIA콤비 플레이가 펼쳐지게 된다.

 해리스의 태평양사령부 사무실은 하와이 오하우섬 언덕 귀퉁이에 자리잡고 있다. 주목을 끌지 않는 평범한 민가들 사이에 파묻혀 있다. 외부에서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사무실은 판이하다. 북한의 주요 타격지점이 표시된 지도가 펼쳐져 있다. 작전개념도에는 오래전부터 북한이 핵무기를 확보했다는 결론을 내려놓았다. 미 정부는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태평양사령부의 입장은 다르다. 북한의 주장대로 핵무기 보유국가로 상정하고 전쟁에 대비한 것이다. 김정남이 암살되기 1년 전이었는데도 김정은이 완전히 권력을 장악해 통제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해리스 사령관은 최악, 최종의 사태에 대응할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군의 임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의 정보 분석력과 준비 태세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2014년에는 한국에서 보국훈장 통일장을 받았다.

 그는 일본계 어머니와 미국 해군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어머니는 철저한 미국인이 되라면서 일본어를 가르치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식 훈련을 받고 미국 제도의 수혜자로 성장한 것이다.

 그는 역대 주한 미 대사 중 가장 무게감이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주한 미군사령관을 휘하에 둔 태평양사령관까지 지냈으니 그럴 만하다. 북핵 폐기 과정에서 예측불허의 한·미관계와 북·미관계를 조율하고 통제하는 게 그의 임무 중 하나이다. 그의 유비무환 자세를 접하면서 우리의 안보 불감증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한용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