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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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방탄소년단 신드롬

지난 2월 말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은 청와대 만찬에서 케이팝에 관심을 보이며 방탄소년단(BTS)을 입에 올려 화제가 됐다. 그는 “아이들에게 케이팝을 보여줬더니 매일 댄스파티를 한다. 한국어를 가르쳐 문재인 대통령 내외 앞에서 케이팝을 부르게 하겠다”고 말해 만찬장을 훈훈하게 했다. 이방카 보좌관이 케이팝에 맞춰 자녀들과 흥겹게 춤추는 영상도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국내 1위 게임회사 넷마블은 지난달 방탄소년단 소속 회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2014억원을 투자했다. 넷마블은 이들을 소재로 한 모바일게임 ‘BTS 월드’를 상반기 출시 목표로 개발 중이다. 멤버들은 미국 등 글로벌시장 공략을 위해 화보 1만장, 스토리 영상 100개 이상을 찍을 정도로 애를 썼다. 방탄소년단으로 인한 국내외 경제파급 효과가 이미 1조원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트라(KOTRA)는 2013년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대히트가 만들어낸 국가브랜드 자산 창출액이 6656억원에 달한다고 추정한 바 있다.

방탄소년단이 그제 미국 ‘2018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한국 가수 최초로 2년 연속 ‘톱 소셜 아티스트 상’을 받으며 케이팝 역사를 새로 썼다.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데미 로바토 같은 내로라하는 팝스타들을 또다시 제친 것이다. 이 상은 인터넷 공간에서 화제성과 전 세계 팬들의 투표가 큰 영향을 미친다. 이날 시상식 진행을 맡은 미국 가수 켈리 클락슨은 “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보이밴드”라고 소개했다.

5년 전 총알처럼 날아오는 편견에서 벗어나 음악을 지켜내겠다며 꾸려진 방탄소년단. 유튜브에서는 ‘DNA’와 ‘불타오르네’, ‘쩔어’, ‘피땀눈물’ 같은 노래를 보고 들은 숫자가 3억이 넘었다. 멤버들이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서비스(SNS)를 통해 전 세계 팬들과 적극 소통하면서 만들어낸 팬덤도 특별하다. 외신들은 아이돌과 힙합 이미지의 성공적인 접목, 스토리를 가미한 활발한 SNS 활동을 ‘BTS 신드롬’의 비결이라고 분석한다. 케이팝의 경계를 허물고 글로벌시장에서 우뚝 선 방탄소년단이 어디까지 진화할지 기대된다.

채희창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