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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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부대변인, 공정위 과장으로 변신 '눈길'

박영수 특검 당시 이규철 대변인과 호흡 맞추며 수사팀 '입' 역할 / 문재인정부 출범 5개월 후 공정위 합류… '경제검찰'에 일익 담당
2016∼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비선실세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학사비리 등 혐의를 밝혀내 국민적 지지를 얻은 박영수 특별검사팀. 그 특검팀의 ‘입’으로 활동하며 각종 수사 상황을 국민과 언론에 전달한 홍정석(41·사진) 변호사가 문재인정부 들어 ‘재벌 저승사자’로 우뚝 선 공정거래위원회 과장으로 변신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눈길을 끈다.

24일 공정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홍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공정위 소비자정책국 할부거래과장에 개방형 직위 공모 절차를 거쳐 임용됐다. 공정위 할부거래과는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을 운용하면서 할부거래 및 선불식 할부거래에 관한 소비자보호 시책을 수립·시행하는 부서다.

홍 변호사가 과장으로 취임한 뒤 공정위 할부거래과는 ‘복마전’으로 불리는 상조업계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최근에는 거짓 핑계를 대며 계약 해제를 막은 부실 상조업체를 처음으로 적발해 화제가 됐다.

서울 출신인 홍 과장은 고려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모 대기업 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으로 일하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개원 후 ‘늦깎이’로 법률을 공부해 법조인이 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학부 시절 마케팅을 공부한 경험이 공정위 할부거래과장으로 일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제1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하고 4년가량 변호사로 일한 홍 과장의 인생이 새 전기를 맞은 건 2016년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면서다.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할 특검에 박영수 변호사, 특검팀 대변인에 해당하는 공보담당 특검보에 이규철 변호사가 나란히 임명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박 특검과의 인연, 그리고 이 특검보와의 친분에 힘입어 홍 변호사도 특별수사관으로 특검팀에 합류했다. 이 특검보 밑에서 특검팀 부대변인을 맡아 각종 수사 상황을 브리핑하며 호흡을 맞췄다. 이 특검보가 연일 방송에 출연하며 유명해지는 동안 조용히 곁을 지킨 홍 변호사도 덩달아 이름과 얼굴이 널리 알려졌다.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대통령의 비위 의혹을 수사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가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특검팀 수사 기간 내내 이 특검보를 묵묵히 수행하기만 했던 홍 과장은 수사기간 만료로 특검팀의 마지막 브리핑이 열린 지난해 2월28일에야 처음 입을 열었다. 국민과 언론을 향해 “그 동안 국민 여러분의 성원과 취재진 여러분의 적극적 협조에 힘입어 큰 착오 없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홍 과장이 여러 정부부처 가운데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위에 자리를 잡은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특검팀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을 둘러싼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재벌개혁 전도사’로 불리던 김상조 당시 한성대 교수의 도움과 자문을 많이 받았다. 김 교수는 특검팀의 삼성 관련 수사가 난항을 겪자 몸소 참고인으로 출석, 수사 포인트를 짚어주기도 했다. 특검팀이 종료하고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뒤 김 교수는 공정위원장으로, 그리고 특검팀 부대변인 홍 변호사는 공정위 과장으로 나란히 옮긴 것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