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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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가경쟁력 발목 잡는 최악 노동시장 두고만 볼 것인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이 세계 63개국 중 27위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2단계 상승했다. 4개 평가항목을 보면 인프라, 경제성과, 기업 효율성은 나아졌으나 정부 효율성만 29위로 1단계 뒷걸음질했다. 정부 효율성은 9년 만에 가장 낮았다.

더 큰 문제는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고질병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4대 분야 중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것은 43위에 머문 기업 효율성이다. 작년보다 1단계 상승했다는 게 이런 정도다. 기업 효율성이 유독 저조한 것은 후진적 노사관계 때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노동시장은 대립적 노사관계와 낮은 동기부여로 인해 53위에 그쳤다. IMD 평가만 그런 것이 아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해 9월 발표한 ‘국가경쟁력 보고서’에서도 한국 노동시장의 효율성 순위는 137개국 가운데 73위로 10년 전(24위)보다 49단계나 하락했다. 상위권에서 중간 이하로 추락한 것이다. 노동시장 효율성 분야의 세부 항목을 보면 노사협력 130위, 정리해고 비용 112위로 최하위권이었다. 퇴보하는 노동 효율성이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주범임을 웅변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노동시장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목소리는 아예 들리지 않는다. 박근혜정부가 추진한 노동개혁 정책은 문재인정부 출범과 함께 모두 폐기됐다. 정부는 친노동 정책을 쏟아내면서 대기업들의 팔을 비틀지 못해 안달이다. 정부가 노동개혁에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노동계는 상전 행세를 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정기 상여금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하려는 국회 논의에 반발해 노사정 대표자회의 불참을 선언하며 8년 만에 복원된 사회적 대화기구를 걷어차려 하고 있다. 강경일변도 정치 투쟁에 골몰하는 기득권 노조 행태에 다름 아니다.

국가경쟁력을 좀먹는 노동시장을 개혁하지 않고서 어떻게 경제를 살리자는 것인가.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들은 “경제를 성장시키고 일자리를 늘리려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우리 정부에 주문한다. 후진적인 노동시장을 수술하지 않으면 정부가 강조하는 일자리 창출은 요원할 것이다. 모두가 아는 얘기에 정부만 고개를 돌려선 안 된다. 지금 수술 시기를 놓치면 노동시장의 병세는 더욱 중증으로 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