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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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미회담 결렬, 北 감싸고 보따리 챙긴 中 책임 크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환구시보는 어제 북·미 정상회담 취소 결정을 두고 “북한이 보인 성의를 무시한 결정”이라고 했다. “핵실험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겠다고 한 북한이 ‘고의적’이라고 생각하고 분노할 것”이라고도 했다. ‘완전한 비핵화’를 회피하기 위해 잔꾀를 부리는 북한을 감싸고 미국을 비난하는 논평이다.

북·미회담 결렬의 책임을 통감해야 할 곳은 바로 중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시진핑 배후론’을 거듭 제기했다. 22일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이 시 주석과 두 번째 만난 뒤 태도가 변했다”고 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이 지난 7∼8일 랴오닝성 다롄을 방문한 뒤 북한은 남북 고위급회담을 일방 취소하고 미국을 성토하고 나섰다. 북한은 핵 개발을 시작한 1993년 이후 줄곧 중국을 방패막이로 삼았다. 중국이 보호막을 자처하면서 이번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북한 뒷배를 봐주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북한으로 가는 원유 수송 트럭과 열차는 줄을 잇고, 북·중 접경도시에는 북한 여성 인력이 넘치기 시작했다. 북한 참관단까지 베이징으로 불러들였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에는 아랑곳하지도 않는다. 앞으로는 대화를 통한 해결을 외치면서 뒤로는 자국 이익을 도모하는 ‘장삿속 심보’가 엿보인다. 중국의 저의는 빤하다.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고, 대미 관계에서 북한을 ‘이이제이’ 수단으로 삼고자 하는 것이다. “북·미회담 결렬의 최대 수혜자는 중국”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식으로는 북한 비핵화를 바라기 힘들다. 표리부동한 행태가 종국에는 중국에 화를 부른다는 사실을 중국은 명심해야 한다. 북한 비핵화가 실패하면 동북아는 핵무장 시대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 핵 위협에 앉아서 당할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