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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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현장+] '탁상행정?' 헬멧 의무화…'자전거 사고' 안전교육이 우선

헬멧 착용 9월부터 의무화 / 취지는 공감 / 지자체들 대책 전무 / 분실, 사고 시 분쟁, 위생 문제 / 대여소·분실 방지 장치 등 필요 / 서울시, 시범비치 후 반응 보기로 / 헬멧보다 안전교육 정책이 우선 / 과속 예방 안내표지판은 있으나 마나 / 스피드 쾌감을 즐기는 일부 자전거족 / 횡단보도가 있지만, 속도를 줄이지 않아 / 인도를 질주하는 자전거 무리

지난 23일 오후 서울 이촌 한강공원.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 4명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이들은 역주행을 하는 등 보행자와 마주 오는 자전거를 위협하고 있다.
 
“자동차 운전하시는 분들은 한 두번 쯤은 불쑥 튀어나오는 자라니(자전거+고라니) 때문에 혼비백산 한 적 있을 겁니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자라니 때문에 뒤 따라가면서 운전 할 수밖에 없다니깐요.”

운동을 즐기는 이 모(32) 씨는 맑은 날이면 한강공원에서 거의 매일 탄다. 자전거를 탈 때마다 상쾌한 기분이 든다고 했다. 하지만 헬멧은 거의 쓰지 않는다고 했다. 거추장스럽고 운전만 잘하면 된다고 했다. 어린 시절부터 자전거를 타 별 문제가 없다고 했다. 자전거를 탈 때 마다 땀을 흘리는데 냄새가 배면 씻기도 귀찮고 해서 헬멧을 살 계획도 없다고 한다. 그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지만, 20~30㎞ 정도로 달린다. 나름 안전을 생각하고 타고, 헬멧이 꼭 필요한지 모르겠다”면서 “정부에서 헬멧 착용이 의무라고 하지만, 문제는 헬멧이 아니라 안전교육이 우선이 아닐까요?”라고 되물었다.

따듯한 봄바람에 속도 쾌감을 즐기려는 자전거족이 도로로 쏟아져 나오자 시민이 불편함을 토로하고 있다. 한강공원 편의점 야외 테이블 마다는 막걸리와 맥주를 마시는 자전거족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무리 지어 비틀비틀하며 안전을 무시한 채 라이딩을 즐기는 일부 자전거 족. 한강공원 곳곳에는 안전을 위해 교통 표지판이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은 채 과속 및 보도 난입으로 보행자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이촌 한강공원. 눈에 띄는 곳마다 자전거 진입 금지 표지판이 설치돼 있지만, 이를 무시한 채 자전거를 타고 있다.

자전거족은 인도와 차도를 구분 없이 달린다. 보행자와 운전자는 자전거 족을 만나게 되면 항상 긴장할 수밖에 없다. 비틀거리면서 보행로와 차도를 구분 없이 질주하는 자전거들은 때론 무서울 수밖에 없는 상황. 신호를 지키지 않는 자전거족 만나게 되면 운전자들은 사고를 우려해 긴장할 수밖에 없다. 불쑥 튀어나오는 이들 때문에 자라니(자전거+고라니)족 이라는 신조어.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다.

평일 오후인데도 한강공원을 걷다 보면 걷다 보면 아찔한 광경이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가족과 함께 걷던 한 남성은 마주 오던 자전거를 가까스로 피한 뒤 고개를 돌려 흘겨보기도 했다. 도시락, 돗자리 등을 챙겨 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횡단보도를 두고 무서운 속도로 달리는 자전거에 긴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시민들의 불만은 토로했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최 모 씨는 “알아서 피해야 해요. 갑자기 보행로 불쑥 튀어 올라온 자전거에 놀라 쓰러지신 적이 있어요. ”라며 “다치면 저만 손해죠”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자전거 진입 금지 표지판 있어도 족히 20km는 자전거 족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연인과 함께 공원을 찾은 김 모(36) 씨는 “자전거 통행이 금지된 보행로에서 비켜달라는 소리와 경적을 울리며 질주하는 자전거 족을 봤다”라며 “관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자전거 역시 ‘차’로 분류 안전 교육 필요

도로교통법에서는 보행자 외 모든 대상이 ‘차’로 간주. 자전거 역시 차로 분류되는 만큼 자전거를 타고 신호나 통행 방법을 위반하면 범칙금이 부과되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 따라 처벌된다.

자전거는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지만 운전자가 바깥에 노출돼 있어 사고 발생 시 부상 위험이 높다. 안전수칙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명 피해가 큰 충돌·추돌 사고의 경우 앞으로 달리는 자전거의 옆쪽을 차량이 들이받는 ‘측면 직각 충돌’ 비율이 45%로 매우 높았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이촌 한강공원. 한 시민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시속 20km 미만 주행 표지판이 설치 돼 있다.

자전거 안전사고가 증가하지만 자전거 안전교육은 캠페인 수준이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들이 자전거 이용을 장려하고 인프라도 개선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자전거 안전교육장은 쉽게 찾을 수 없다. 지난해 연령별 자전거 가해 사고를 살펴보면 20세 이하가 약 23%로 가장 많았고 71세 이상(10.7%)이었다. 이를 설명하듯 전문 교육을 받지 않은 데다 운전경험이 부족할수록 높다.

◆안전을 무시한 '자라니족' 공포의 대상

‘따릉이’이가 일상적인 교통수단이 됐다. 한국교통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자전거 인구는 지난해 1300만명을 넘어섰다. 매일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은 330만 명으로 거의 10명 중 1명꼴로 매일 자전거를 이용하는 셈이다.

더불어 자전거 교통사고도 더 잦아졌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5만 건에 육박하며 사망자도 매년 250명 이상 발생하고 있다. 특히 오후 4시에서 8시 사이에 자전거 사고가 빈번하다. 남녀노소 쉽게 접하고 탈 수 있는 자전거. 자전거 운전자가 사고를 유발하는 '가해자전거'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경찰청에 따르면 ‘2012∼2016년 자전거 사고 현황’ 자전거 가해 사고는 2012년 3,547건에서 매년 증가해 2015년 6,920건을 기록했다.
서울 남산공원 순환로. 한 시민이 내리막길에서 한 손에는 스마트 폰을 보면서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고 있다.

2016년에는 자전거 사고 건수가 5,936건으로 다소 줄었지만 사망자는 2015년 107명보다 6명 늘어난 113명에 달했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피해를 입은 사고도 2012년 9,705건에서 2015년 1만 1,390건으로 최고수치를 기록한 후 지난해 9,700건으로 다소 낮아졌지만 매년 발생한 사상자 수가 1만∼1만 2,000명 수준이다. 자전거 운전자는 스스로 교통법규를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쉽게 탈 수 있다는 생각에 신호를 무시한 '안전의식 부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인도에서 도로로 불쑥 튀어나오거나 교통법규를 위반해 자동차 운전자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자전거 운전자는 자신도 모른 채 '자라니족'이 되는 경우가 많다. 도로에서 당연하듯 타는 자전거는 자동차 운전자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특히 횡단보도에서 신호가 바뀌자마자 달리는 자전거는 그야말로 공포. 인도나 횡단보도를 이용할 때는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가야 하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교차로 통행 시엔 반드시 일시 정지 또는 서행으로 다른 차량의 운행 상태를 확인하고 진행해야 한다.
지난 7일 늦은 밤 서울 이촌 한강공원. 자전거 전조등이나 후미등이 없이 어둠 속에서 갑자기 나타나 질주하는 '스텔스 자전거족'이 보행자를 위협하고 있다. 한시민은 스마트 폰을 보며 이동하고 있다. 자전거도로에서 보행자와 자전거가 뒤엉켜 사고의 위험이 상존하는 공간이 됐다.

생활 자전거 사고의 경우 헬멧 착용 강제가 아니라, 안전교육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덴마크의 경우 성인에게 안전모 착용을 강제하지 않지만 2015년 기준 OECD 국가 중 자전거 사망률이 가장 낮다. 자전거 친화적 도시 설계는 물론 자전거 교육에 철저하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따르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하고 즐기는 자전거 안전 교육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운전면허나 자전거 경험이 부족한 사람이 많다“며 " 교통신호, 안전수칙, 안전사고 등을 자저건 관련 교육이 우선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