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를 찾는 이유가 환차익에 대한 기대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큰 원인은 원화자산에 대한 분산에 있다고 판단된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원화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상품도 거의 원화자산이고 보유 부동산도 대부분 국내에 있다. 그래서 자산의 일부를 원화가 아닌 외화자산으로 분산하려는 것이다.
원화자산을 일부 달러자산 등으로 분산해 놓으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 실제로 약 20년 전 아시아 외환위기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바닥났을 때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이 외환위기로 1달러에 800원 수준이던 원·달러 환율이 2000원까지 치솟았다. 당시 주식도 부동산도 가격이 동반 폭락해 국내 자산가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 만약 미리 달러로 분산해 놓은 자산이 있었다면 원화자산의 가치 하락이 일부 상쇄되었을 것이다. 800원에 환전한 1달러가 2000원으로 2.5배나 뛰었으니 당연한 얘기다.
미 달러 이외에 보유할 만한 통화로는 중국 위안화를 들 수 있다. 위안화는 국제적 위상에서 달러만 못하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거대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위안화 국제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달러 대신 위안화를 결제통화로 쓰도록 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더욱이 2017년 초부터는 위안화가 달러 대비 점진적 강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달러나 위안화뿐만 아니라 금도 원화자산 분산 목적으로 적합한 자산 중 하나다. 실제 달러를 찾는 사람들은 금도 함께 보유하려는 경향이 있다. 원자재의 일종인 금은 인컴(Income)이 나오지 않는다. 부동산은 월세, 채권은 이자, 주식은 배당금이 있지만 금은 그렇지 않다. 아울러 금리가 오를수록 금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이 커진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지만 녹슬지 않는 희귀 금속인 금은 모든 사람이 좋아하기 때문에 달러처럼 전 세계 어디서나 통용된다. 더욱이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금은 위기 때 더욱 빛난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 오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