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홍성걸칼럼] 6·13 지방선거, 선택의 기준은?

특정 세력 압도적 승리는 위험 / 오만함에 내부 분열 가능성 커 / 집단의 선택은 모두에 큰 영향 / 정치인보단 지역일꾼 택해야
6·13 지방선거의 막이 올랐다. 이번 선거는 역대 선거 중 민주당의 압도적 승리가 있었던 4·19 직후의 총선과 가장 닮았다. 1960년 3·15 부정선거에 분노한 학생, 시민의 대규모 봉기의 결과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했고 내각책임제 개헌 후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은 90%에 달하는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하며 승리했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향한 국민의 열망은 아랑곳하지 않고 집권 민주당은 신파와 구파로 갈라져 당파 싸움에 몰두했고, 결국 이듬해 5·16 군사정변으로 이어졌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 행정정책학
촛불혁명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한 후 출범한 문재인정부는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 수많은 여론조사 결과, 대통령 지지도는 80%대를 기록, 1년이 지난 현재 역대 정부 중 1위를 유지하고 있고 여당의 정당지지도도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50%를 넘는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 게다가 보수 야당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으로 갈라져 있고, 진보적 야당인 민주평화당 및 정의당과 함께 5당 구도하에 지방선거를 치르게 된다. 야권단일화 등 과거 선거에서 볼 수 있던 그 어떤 시도도 선거 결과를 역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만일 여론조사대로 유권자의 선택이 이뤄진다면 이번 선거는 여당인 민주당의 압도적 승리가 예상되고, 중앙권력에 이어 지방권력과 교육권력까지 진보적 정치세력에 의한 독점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만일 하나의 정치세력이 이 모든 권력을 독점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가 작동할 수 없을 것이다. 나아가 모든 권력을 손에 쥔 정치세력은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으리라는 오만함에 사로잡힐 것이고, 이후 필연적으로 내부 분열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마치 4·19 혁명 직후의 민주당 정부처럼 말이다.

유권자는 이번 선거가 ‘지방’선거임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지방선거는 총선과는 달리 순수 정치인을 뽑는 것이 아니라 유능한 행정인을 선택하는 선거다. 즉 유권자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살림을 도맡아서 해야 할 일꾼을 뽑는 것이고, 동시에 그들을 견제해야 할 지방의회 의원을 선출하는 것이다. 또 교육감 선거는 내 자식을 가르치는 교육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교육행정의 수장을 선출하는 것이다.

지방선거는 기본적으로 지방정부의 리더를 선택하는 것이다. 우리는 주변에서 훌륭한 리더를 가진 나라나 기업은 크게 발전할 수 있지만 무능한 리더를 가진 조직은 정반대로 기업이 망하거나 조직의 구성원이 많은 고생을 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1970년대 IMF 구제금융을 받았던 영국은 마거릿 대처라는 리더가 등장하면서 비로소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도산 위기에 빠졌던 크라이슬러는 리 아이어코카라는 걸출한 리더의 등장과 함께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만성적 어려움을 벗어나고 있고, 수많은 비판에도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의 리더십 아래 최고의 경제호황을 기록하고 있다.

유권자의 투표권 행사는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이번 지방선거가 집권 후 1년여가 지난 시점에 치러지는 만큼 무엇보다 집권 여당과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피하기 어렵다. 또 유권자는 자신의 이념적 성향에 일치하는 정당의 후보에 투표하기도 하고, 후보자 개인의 능력이나 가능성을 보고 투표하기도 한다. 그리고 다소 불합리할 수도 있지만 개인적 호불호나 친소관계, 학연이나 지연 등 관계적 특성에 따라 자신의 표를 행사하기도 한다. 어떤 기준에 의해 투표를 하든 유권자의 선택은 그 자체로 존중될 것이고, 귀중한 한 표가 모여 집단의 선택이 이뤄질 것이다.

각자가 누구를 지지했든 상관없이 집단의 정치적 선택은 그 집단에 속한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의 압도적 승리가 예상되는 경우, 특히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누가 내 고장의 살림을 맡기에 적합한 사람인가, 누가 내 아이의 교육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인가를 잘 따져 선택해야 한다. 선택의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도 역시 유권자이기 때문이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 행정정책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