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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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바뀌었다”… 아베 '3연임' 먹구름

자민당 총무회장 총재선거 관련/“기다려 보자” 밝혀… ‘3연임’ 암운/ ‘사학 스캔들’ 시간 갈수록 궁지에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의 집권 연장 꿈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27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다케시타 와타루(竹下亘) 자민당 총무회장은 전날 오카야마현에서 열린 강연에서 오는 9월 치러질 자민당 총재 선거와 관련해 ”공기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반년 전이라면 아베 총리의 총재 3연임이 확실하다는 분위기였지만, 현재는 ‘좀 기다려 보자’는 분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가 이 선거에서 3연임에 성공하면 총리직도 최대 3년 연장되지만, 패배할 경우 총리직을 내놓아야 한다.

다케시타 총무회장은 분위기 변화의 이유로 아베 총리의 ‘사학스캔들’에 따른 아베내각 지지율 급락을 꼽았다. 그는 내년 여름 치러질 참의원 선거를 언급하면서 “총리라는 자리는 선거에서 지면 끝”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는 참의원 선거를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인물을 당 총재로 뽑아야 한다는 생각을 드러낸 것으로, 아베 총리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할 경우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케시타 총무회장은 국회의원 55명을 거느린 자민당 내 제3파벌 ‘다케시타파’를 이끌고 있다. 다케시타파의 전신인 ‘누카가파’는 아베 총리를 지지해 왔다. 하지만 지난달 다케시타 총무회장이 파벌의 회장으로 선출되면서 간판을 다케시타파로 바꿔 단 이후 분위기가 변했다. 다케시타 총무회장은 아베 총리의 라이벌로 꼽히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사학스캔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아베 총리를 더욱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아베 총리는 자신의 오랜 친구인 가케 고타로(加計孝太郞) 가케학원 이사장과 빈번하게 만났지만 가케학원이 수의학부 신설을 추진한다는 것은 지난해 1월 사업자가 최종 결정될 때 처음 알았다고 주장하면서 영향력 행사 의혹을 부인해 왔다. 하지만 가케학원의 수의학부 유치활동을 도운 지자체인 에히메현의 문서에 “가케 이사장이 2015년 2월 아베 총리와 만나 수의학부 신설 문제를 논의했으며, 아베 총리가 ‘좋은 생각’이라고 말했다”는 가케학원 측의 설명이 기록돼 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아베 총리의 거짓말 논란이 증폭되자 가케학원 측은 ‘당시 담당자가 잘못된 정보를 에히메현과 이마바리시에 전달한 것’이라며 가케 이사장과 아베 총리의 면담은 없었다고 26일 해명했다. 하지만 야당들은 “거짓말 덮어씌우기”라며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도쿄=우상규 특파원 skw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