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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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빼고 점유율 ‘뚝’

14년 연속 1위 TV, 1분기 1.3%P 하락 / 디스플레이·휴대폰 10%대 떨어져 심각 / 반도체 호황속 中 추격에 미래 낙관 못 해 / 이재용 부회장, 새 성장동력 발굴 과제
삼성전자 주력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서서히 떨어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공격적인 투자로 삼성전자와 기술격차를 좁혔고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와 혁신은 업계의 경쟁을 가열시켰다. 재계는 중대한 시기에 이재용 부회장이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이라는 중요 과제를 부여받았다고 평가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반도체를 제외한 삼성전자 주요제품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줄어들고 있다. CE(소비자가전) 사업부문 주요제품인 TV의 시장 점유율은 20.1%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1.4%보다 1.3%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삼성전자는 14년 연속 TV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2012년 이후 20%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해 왔지만 경쟁 업체와의 격차는 좁혀지고 있다. 

디스플레이의 점유율 하락은 심각하다. 2015년까지 20%에 달했던 삼성전자 디스플레이 점유율은 올해 1분기 13.2%로 낮아졌다. 주력제품인 액정표시장치(LCD)가 중국 기술 향상과 저가 물량 공세까지 겹치며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 휴대전화 점유율 하락은 뼈아프다. 삼성전자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은 2014년 22.4%에서 올해 1분기 18.1%로 낮아졌다.

가성비를 앞세운 중저가 스마트폰에 삼성전자는 중국과 인도 시장을 내줬다. 중국 기업의 혁신에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기술적으로 앞선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몰렸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비보는 다음 달 전면이 전체 디스플레이인 ‘무베젤’ 스마트폰 ‘넥스’를 출시한다. 넥스는 상단 베젤이 1.8㎜에 불과해 화면 비율이 99%에 육박한다. 전면 카메라는 누르면 튀어나오는 팝업 형태로 제작했고 지문인식 센서는 디스플레이에 내장했다. 스크린의 떨림으로 소리가 전달돼 수화기가 따로 필요 없다. 샤오미와 레노버 역시 지문인식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제품으로 점유율 확내에 나서고 있다. 반면 지문인식이 내장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은 내년에나 출시될 전망이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점유율이 지난해 20.5%에서 올해 19.2%로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풀스크린 스마트폰 출시를 앞당기고 가격을 인하할 필요가 있다”며 “중저가 라인업도 강화해 물량 공세에도 대응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D램 등 반도체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반도체 호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하지만 중국의 통상압박과 반도체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 등이 더해지면서 삼성전자의 미래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반도체 호황이 끝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삼성전자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

재계에서는 반도체 호황에 가려진 위기라고 평가하면서 이 부회장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최고의사결정권자의 복귀가 삼성전자 혁신에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 출소 이후 인공지능(AI)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또 삼성리서치와 삼성넥스트 등 연구개발(R&D) 조직의 인력을 충원하고 해외 AI연구센터 3곳도 신설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를 보고 배워 닮아가는 기업이 늘어났고 업계 간 경쟁이 심화됐다”며 “이 부회장이 지휘하는 삼성전자가 빠른 시간 안에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