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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인권·민주주의 앞장" vs "정치 세력화"

민변 창립 30돌… 평가 엇갈려 / 강기훈 유서 대필 조작 등 변론 / 각종 공익소송 나서 외연 확장 / 文정부 들어 민변 출신들 약진 / 코드 인사 등 비판 목소리 거세 / 김호철 회장 “관심과 비판 당연 / 발전 토대로 삼아 나갈 것” 강조
진보적 법률가 단체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28일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민변은 지난 30년간 한국 사회의 시국 사건을 도맡으며 인권 신장과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 반면, 최근 들어서는 ‘정치 세력화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27일 민변이 창립 30주년을 맞아 발간한 ‘민변 30년 인권과 민주주의의 한길로’에 따르면 민변은 1988년 5월28일 변호사 51명으로 결성됐다. 인권 변호사들의 모임인 ‘정의실천법조인회(정법회)’가 민변 전신으로 꼽힌다.

민변은 1990년대 국군보안사령부(현 국군기무사령부) 민간인 사찰 폭로 사건, 강기훈씨 유서 대필 조작 사건 등 굵직굵직한 시국 사건 변론에 앞장섰다. 2000년대 들어 김포공항 소음 피해 집단 소송을 대리하고, 법원에 호주제 위헌 법률 심판 제청을 신청하는 등 각종 공익 소송에 나서면서 외연을 확장했다.

회원 수는 2015년 4월 1000명을 넘어섰고, 지금은 국내 전체 변호사 2만4522명(지난달 말 기준)의 4.81%인 1180명에 달한다.

정치권의 유력 인사 중에 민변 출신이 적지 않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오랜 기간 민변에서 활약했다. 6·13 지방선거에서 여당 후보로 각각 서울시장 3선과 경기도지사에 도전하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전 성남시장,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 등도 대표적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민변 출신 인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법무부가 탈검찰화 일환으로 외부에 개방한 자리 중 요직인 법무실장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인권국장에는 민변 출신 변호사들이 기용됐다.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주식 대박 논란으로 스스로 물러난 이유정 변호사도 민변 출신이다. 민변 회장을 지낸 김선수 변호사는 2015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꾸준히 대법관 후보자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민변 일부 회원이 2016년 중국 내 북한 식당 여종업원 12명의 집단 탈북이 ‘기획 탈북’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도 논란이다. 민변 내 관련 태스크포스(TF)는 지난 14일 “12명을 국내에 강제 입국하게 하고 선거에 이용했다”며 이병호 전 국가정보원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김호철 신임 민변 회장은 지난 23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민변에 대한 사회 관심과 비판은 당연하고 건전한 비판은 발전 토대로 삼아야 한다”면서도 “당시 여종업원들은 총선을 6일 앞두고 입국했고 탈북자 인권을 생각하면 할 수 없는 이례적인 공개가 있었는데 검찰 수사를 통해 정확한 사실관계가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경험과 실력을 갖춘 (민변 출신) 분들이 법무부에 간 것 자체를 뭐라 하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그분들이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게 채찍질해 주는 게 좋은 관심과 비판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민변 내부적으로는 원활한 소통과 유연한 조직 운영, 정체성 유지가 당면 과제로 지목된다. 민변 회원 30%는 5년 차 이하의 젊은 변호사다.

김 회장은 “회원 간 있을 수 있는 문화적·정서적 이질감을 해소하는 소통의 장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며 “권력 기관 감시와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위한 조사·연구와 정책 대안 활동도 열심히 해나가겠다”고 포부를 말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