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설왕설래] 넷플릭스 공습

우리 집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예능인은 국민MC 유재석, 예능프로그램은 MBC ‘무한도전’이다. 주말이면 빠뜨리지 않고 ‘본방 사수’를 할 만큼 광팬들이다. 무한도전이 폐지된 뒤 아이들이 어떤 프로그램으로 갈아탈지 궁금했다. 이달 초부터 아이들은 미국의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실시간 감상) 업체인 넷플릭스에 가입하자고 보챘다. 유재석이 출연하는 추리예능 시리즈 ‘범인은 바로 너!’를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어서란다. 아내 역시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를 보고 싶었다며 지갑을 열었다.

최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부가 콘텐츠 제작사업 파트너로 넷플릭스를 선택해 화제가 됐다. 애플, 아마존과도 협의를 해왔던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는 넷플릭스와 TV쇼 프로그램 및 영화,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넷플릭스는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전 세계 190국에 유료 가입자 1억2500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미셸 오바마 여사는 “넷플릭스가 지닌 비교 불가능한 서비스는 우리가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과 잘 들어맞는다”고 치켜세웠다.

넷플릭스가 지난 24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업계 최강자인 95년 전통의 월트디즈니의 시가총액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관련 산업 주도권이 TV·영화관·케이블 중심에서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넘어갔다는 신호탄이다. 1997년 DVD 우편배달 업체로 출범한 이 회사는 2007년부터 현재의 사업모델로 변신했다. 2013년 공개한 정치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가 크게 성공한 후 자체 제작 콘텐츠를 늘렸다. 올해는 무려 80억달러(약 8조6000억원)를 투입해 700편 이상을 제작한다.

2016년 1월 넷플릭스가 국내에 처음 진출했을 때 존재감이 미약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생각보다 투자 규모가 컸고 속도도 빨랐다. 지난해 영화 ‘옥자’에 570억원을 투자해 돌풍을 일으켰고, 올해는 빅뱅 승리가 출연하는 ‘YG전자’와 좀비사극 ‘킹덤’을 연내에 쏟아낸다. LG유플러스와 손잡고 인터넷TV(IPTV) 진출을 노려 안방까지 밀고 들어올 기세다. 국내 인터넷기업, 유료방송 업계가 얼마나 대응할 준비가 돼 있는지 걱정스럽다.

채희창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