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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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文 대통령, 北 ‘완전한 비핵화’ 의지 자신해도 괜찮나

북·미 정상 예측불허 성향 표면화 / 북핵 담판 진검승부는 이제 시작 / 안보이익 훼손 안 되게 관리해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그제 두번째 남북정상회담을 열고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둘러싼 난기류를 걷어냈다. 문 대통령은 어제 “남북 정상은 북·미 정상회담 성공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며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할 경우 남·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이 추진됐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북 정상이 북한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을 놓고 깊이 있게 협의했음을 말해준다. 미국 백악관은 “회담이 아주 잘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5·26 남북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이 전날 일체의 형식 없이 만나자는 뜻을 전해 와 성사됐다. 남북 정상이 현안 해결을 위해 조건 없이 만난 점은 진일보한 남북관계로 평가받을 만하다. 남북 정상은 2차 회담에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고위급회담을 6월1일 열고 군사당국자회담, 적십자회담도 연이어 갖기로 합의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 긴장 완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문 대통령은 미국의 북한 비핵화 관련 입장을 김 위원장에게 전하면서 북·미가 상대방의 의지를 확인하기 위한 직접 소통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미 간 핫라인 구축 필요성까지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12 북·미 정상회담 재추진 입장을 밝히면서 회담 준비작업도 분주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정부와의 사전 협의 없이 북·미 정상회담 취소 서한을 발표했다가 하루 만에 재추진으로 돌아선 과정을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불확실성과 냉혹한 안보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셈이다. 국가안보에 관한 중대 사안을 사업 거래의 기술처럼 접근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향후 핵 담판 과정에서 또 이런 일이 생기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분명하게 피력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불분명한 것은 비핵화 의지가 아니라 비핵화를 할 경우 미국이 체제안전을 보장하는지에 대한 신뢰라고 지적했다. 북·미 중재를 위한 발언이란 점을 감안해도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우리가 담보하면서 핵 협상의 공을 미국으로 넘긴 느낌을 준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튀는 언행보다 더 불확실한 것이 북한의 태도다.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전문가들을 초청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북·미 물밑 접촉과정에서 북한이 사찰과 검증에 반발한 점에 미뤄볼 때 북한이 핵을 전량 폐기할 것으로 믿기는 어렵다. 핵 협상을 둘러싼 북·미 샅바싸움이 시작된 만큼 비핵화의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다. 양쪽의 예측불허 행태를 감안하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다. 성급한 낙관은 금물이다. 북·미 간 협상이 우리의 안보이익을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굴러가도록 엄중히 상황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