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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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흔들어 주도권 잡은 트럼프…"철저히 계산된 승부사 전략"

전문가들이 본 트럼프 / 北에 자신의 ‘패’ 노출 않으려고 노력 / 누구도 자신 분석 못하게 트위터 대응 / 비핵화 협상 최소 ‘비기는 게임’ 선택 / “승부사 기질로 완전하게 주도권 잡아”
북·미 정상회담을 둘러싼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의 종잡을 수 없는 협상 전략이 연일 화제다. 그는 정상회담을 안 할 것처럼 뒤로 물러섰다가 북한의 태도가 누그러들자 다시 ‘회담 검토’ 의사를 밝혔다. 이런 행보를 놓고 국내 전문가들은 27일 “철저히 계산된 협상 전략의 승리”라고 입을 모았다.

협상 관련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회담 재개 가능성을 비친 것에 대해 ‘자신의 최적 전략을 상대에게 들키지 않으려는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정해진 절차대로 행동해 상대(북한)에 패가 노출됐다고 여기는 트럼프 대통령은 누구도 자신을 분석할 수 없게 하고 싶을 것”이라며 “예측이 불가능하게 취소 하루 만에 회담 재개 가능성을 보인 건 전략을 들키지 않으려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지난 24일 정상회담 전격 취소 발표는 비핵화 협상이라는 게임에서 지지 않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게임이론 전문가인 한순구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북한이 미국에 확실한 비핵화 약속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서 ‘단계적’ 비핵화로 방향을 선회하고 잇따른 대미 강경발언을 내보냈다”며 “미국은 북한의 합의 이행 의지에 의구심을 가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확실한 비핵화 보증이 없는 이상 적어도 비핵화 협상 게임에서 비기는 ‘과거로의 회귀’를 택했다는 얘기다.

정태연 중앙대 교수(심리학)도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3명을 귀환시키고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도 이끌어내 현재까지 게임의 승자는 트럼프 대통령”이라며 “질 가능성이 있는 게임에 뛰어들기보단 현재까지의 이익을 지키려는 냉철한 승부사의 면모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곽노성 동국대 교수(국제통상학)는 “협상은 힘의 싸움”이라고 전제한 뒤 “미국은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를 이행하겠다고 ‘마음을 바꿔야’ 회담을 재개할 수 있다는 힘의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봤다. 곽 교수는 이어 “25일 북한에서 ‘수뇌 상봉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반응한 것을 보면 벌써 자세를 낮춘 것”이라며 “앞으로 정상회담이 재개된다면 미국은 완전한 주도권을 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북한학) 역시 “북한에 CVID 이외의 다른 선택지는 없다는 점을 경고한 것”이라며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쐐기를 박았다”고 평했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