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靑 “北 요청에 결과 발표 하루 늦춰”

합의 내용 뒤늦게 공개 왜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5·26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면서 “어제(26일) 논의한 내용을 왜 어제 바로 발표하지 않고 오늘(27일) 발표하게 됐냐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지연 발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측은 북측의 형편 때문에 오늘 (정상회담 결과를) 보도할 수 있다고 하면서 우리도 오늘 발표해줬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북측은 하루 지연발표 요청과는 달리 이날 오전에 발행되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면과 2면에 5·26 정상회담 결과와 함께 사진 18장을 게재했다. 신문 매체를 기준으로 할 경우 남측 신문은 정상회담 결과가 28일 조간에 게재되는 셈이어서 엄밀히 말하면 보도 시점에 착오가 있었다고 할 수도 있다.

북한은 이날 오전 6시 대내용 라디오인 조선중앙방송 보도를 시작으로 오전 6시8분에는 조선중앙통신이 기사를 송고했다. 문 대통령이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한 시간(오전 10시)보다 4시간 앞선 보도였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발표 연기를 요청한 것은 북한 매체 보도 방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매체는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이 있을 경우 하루 뒤에 보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김 위원장이 부각될 수 있도록 사진과 영상을 철저히 편집해 정제된 형태로 기사를 내보낸다.

대북 접근이 제한되는 각국 정보기관들은 북한 매체에서 공개하는 김 위원장의 모습을 분석해 건강 상태 등을 추정하고 있다.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사전 편집은 필수적이다. 이와 함께 북한 주민에게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김 위원장의 의지와 노력을 효과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의도도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