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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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北 완전한 비핵화 땐 적대관계 종식·경제지원 보상"

文 “서로 만나 오해 풀어야” 촉구 / 北·美정상회담 초기 상태로 ‘리셋’ / 靑, 회담 성사 위한 실무 협의 진행 / 北 체제안전 우려 해소 방안 검토 / NSC도 정부차원 후속 조치 논의
외교사상 유례 없는 ‘번개’ 방식으로 열린 5·26 남북정상회담은 좌초 위기에 처한 북·미 정상회담을 다시 제 궤도에 올려놓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차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등 남·북·미 대화 정국의 대전제를 재천명하며 북·미 정상회담을 초기 상태로 되돌리도록 ‘리셋’했다. 두 정상이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를 실천하고, 미국은 대북 적대관계 종식과 경제협력으로 보상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질문 받는 文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2차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북·미, 소통 통해 상호 의구심 해소 필요

문 대통령은 미국과 북한이 서로 신뢰하지 못한 부분을 설명하며 북·미 간 직접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비핵화를 북한이 실현할 의지가 있는지를 의심하는 반면, 북한은 핵 포기 이후 미국이 체제 안전을 보장할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양쪽이 직접 만나 오해를 풀고 북·미 정상회담의 의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27일 춘추관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북·미 정상회담 성공을 절실히 원하는 만큼 양측이 소통을 통해 오해를 불식시키고, 회담 의제를 충분한 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갈등을 증폭시킨 양국 외교안보라인의 언론 인터뷰, 논평 등을 통한 말싸움을 중단하고 마주 앉아 의제 협상에 집중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앞서 북·미는 비핵화 방법과 로드맵을 놓고 사전 협의 과정에서 이견을 드러내며 극심한 갈등을 빚어 급기야 북·미 정상회담이 멈춰 설 위기에 직면했다. ‘CVID(완전하며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 대 완전한 비핵화’, ‘포괄적 비핵화 대 단계별 비핵화’, ‘리비아식 대 트럼프식 해법’ 등 쟁점을 놓고 장외설전이 과열된 결과, “회담 수락을 철회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서한까지 나왔다.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은 “(지난) 이틀의 교훈은 분명하다. 대화 속도가 떨어지면 등장하는 과거의 관성들, 숨어있던 불신, 냉소와 증오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고 진단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방명록에 글을 남기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옆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북·미간 실무협상, 본회담도 잘될 것

이번 정상회담은 결과를 문서로 정리한 합의문이 없다. 4·27 정상회담 때 ‘판문점 선언’을 발표한 선례와 비교된다. 이번 정상회담의 목적이 ‘북·미 정상회담 되살기’에 맞춰져 있는 만큼 당장 판문점 선언에 추가할 합의 사항이 많지 않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관측된다.

두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논의했을 6·12 북·미 정상회담 재추진 방안도 공개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 로드맵은 북·미 간 협의할 문제이기 때문에 내가 앞질러서 생각을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저는 북·미 간에 상대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분명히 인식한 가운데 지금 회담이 추진되고 있어 실무협상도, 본회담도 잘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북·미 정상회담 재추진 동력을 확보했지만 청와대는 향후 다시 고비가 찾아올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산의 정상이 보일 때부터 한 걸음 한 걸음이 더욱 힘들어진다”며 앞날이 절대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 성공 위한 실무 협의

청와대는 북·미 정상회담 성공을 위해 남북 간 실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고위관계자는 이날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선 북한이 가진 안보 측면에서의 우려를 해소하고 상호불가침 약속을 다시 하는 방안,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협상을 개시하거나 남·북·미 3국 간에 종전선언을 하는 문제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남북 간 실무 차원의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미 비핵화 합의를 전제로 남북이 이미 평화협정 체결 및 북·미 간 상호불가침 선언 등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이행 시 대규모 대북 경제협력 뜻을 수차례 언급한 사실도 공개됐다.. 

트럼프 보란듯… ‘文·金의 포옹’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2차 정상회담을 마치고 나온 뒤 헤어지며 밝은 표정으로 포옹하고 있다. 2018 1차 회담 이후 29일 만에 다시 판문점에서 만난 두 정상은 세 차례에 걸친 뜨거운 포옹으로 2차 회담을 마무리했다.  청와대 제공
청와대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북·미 정상회담 성공을 위한 정부 차원의 협력 방안과 고위급회담 개최 등 후속조치 방안을 논의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