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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스토리]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IoT… “무병장수를 부탁해”

사물인터넷, 운동에 날개 달다 / 줄넘기부터 운동화·옷까지 IoT 탑재 / 2020년 웨어러블기기 432만대 팔릴듯 / 갤럭시 기어 등 건강체크앱 앞다퉈 탑재 / AI 등 의료기술 발전 눈부셔 / 애플워치, 심장 박동수 통해 당뇨 체크 / 빅데이터는 신약후보 물질 발굴 앞당겨 / 타액 분석해 치매 진단… 2019년 국내 상용화
자전거 마니아 송진섭(35)씨는 퇴근 후 실내에서 자전거를 탄다. 자전거를 ‘스마트 롤러’에 고정하면 전 세계 유명 자전거 라이딩 코스를 방 안에서 즐길 수 있다. 송씨가 달리는 코스는 자전거 앞 모니터에 펼쳐진다. 자전거 속도에 따라 영상이 움직이는 것은 기본이고, 오르막길 경사에 따라 페달을 밟는 강도도 달라질 정도로 생생하게 구성됐다. 실제와 똑같이 구성된 코스를 달리다 보면 라이딩이 끝나고, 최고속도 등이 포함된 기록은 송씨의 스마트폰을 통해 전달된다. 송씨는 같은 코스를 달린 전 세계 자전거 마니아들의 기록과 자신의 결과물을 비교했다.

송씨는 “첨단 기술 덕분에 미세먼지가 심하거나 비가 오는 날에도 실감 나게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됐다”며 “자전거 실력을 간접적으로 비교하고, 다양한 코스를 연습할 때도 편리하다”고 말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생활체육을 즐기는 인구가 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이 실내 자전거 등 운동장비는 물론 의류에도 적용되면서 운동이 즐거워진 덕분이다. 웨어러블 기기는 사용자의 신체 상황과 컨디션을 분석할 정도로 정밀해졌고, 인공지능(AI)을 포함한 첨단기술은 의료기술 발전과 신약개발 등에 응용되면서 무병장수를 향한 인류의 기대도 한껏 부풀어 오르고 있다. 

1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14년 생활체육에 참여했다는 인구는 2014년 54.8%에서 지난해 59.2%로 늘었고, 운동 경험이 없다는 이들은 34.6%에서 29.8%로 줄었다. 이들이 주로 참여하는 체육활동의 평균 참여 시간은 2016년 평균 78분에서 지난해 85분으로 9%(7분) 증가했다.

생활체육을 즐기는 시간과 인구가 늘어나면서 운동량을 평가하고 기록해 주는 웨어러블 기기의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 집계를 보면 지난해 국내에서 321만대 출고된 웨어러블 기기는 2020년까지 모두 432만3400대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조식품의 소비 패턴도 변하고 있다. 다이어트보조제에 대한 의존도는 낮아지지만 건강보조제 판매량은 증가하는 분위기다. 유로모니터 관계자는 “건강한 생활 유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타민이나 식이 영양제 등의 판매량이 늘어났다”며 “반면 다이어트 보조제의 경우 건강한 식재료로부터 영양을 섭취하려는 소비자 트렌드에 따라 시장 규모가 서서히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운동량의 증가는 기술의 발전과 맥을 같이 한다. 헬스장 개인 트레이너의 도움 없이도 헬스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했고 줄넘기 등 운동기구는 물론 잠옷과 운동화 등 의류에도 IoT가 탑재돼 건강한 생활을 지원한다. 스포츠 의류 브랜드인 언더아머는 2억6000만여개의 운동형태와 9억6000만개의 음식 정보를 수집해 이용자의 활동을 분석, 바른 습관을 갖는 앱을 출시했고, 삼성전자는 웨어러블 워치인 갤럭시 기어에 이 앱을 탑재했다.

의료 분야에도 첨단기술이 응용되고 있다. 애플은 애플워치에 AI 기반 알고리즘을 적용한 심장박동수 센서를 탑재해 추가 장비 없이 당뇨병을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다. 미국의 캘리포니아대학 등이 1만4000명의 애플워치 이용자 자료를 활용한 결과 심장박동수만으로 462명이 당뇨병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일반 심장박동수 센서에 AI 기반 알고리즘을 적용하면 추가 장비 없이 당뇨병을 인식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미국 IBM은 전문 연구소를 통해 3000건의 피부암을 분석했고 피부암이 나타나기 전 발병 소지를 예측하는 데 95%의 적중률을 기록했다. 오클라호마대학 연구팀은 AI와 웨어러블 형식의 수트를 통해 유아의 뇌성마비를 판별하고 근육 위축이 일어나는 것을 예방하는 기술도 내놨다.

국내에서도 첨단기술을 활용한 의료기술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지주(KST)의 투자 등을 유치한 바이오오케스트라는 사람의 타액을 통해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바이오오케스트라는 내년 초 이 기술이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보유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신약후보 물질을 찾는 데 드는 기간을 5분의 1로 줄이는 AI 개발을 추진 중이다. 신약후보 물질을 발굴해주는 이 AI는 한국화학연구원이 보유한 50여만건의 화합물 빅데이터가 활용된다. 화학연은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에서 생산된 화합물을 관리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이 사업에 2019년까지 20억원의 예산을 지원할 방침이다.

KST 관계자는 “건강에 대한 인간의 욕구와 첨단기술의 진화, 이를 통한 의학의 발전은 항상 함께 이뤄졌다”며 “최근에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융합된 다양한 제품이 등장하면서 건강관리의 재미까지 더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