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씨는 "현재 7080대 노인들은 지금까지 자식만 바라보며 올인해왔다"며 "그렇다보니 당신의 노후를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같은 힘없는 노인을 모르는 척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C씨는 "미안한 말이지만, 재산없이 부모 노후 책임져야 할 이들은 결혼해도 자식 안 낳는 게 낫다"며 "자식의 행복을 위해 투자할 여력이 없는데 나중에 아이에게 짐이 되기 싫다"고 토로했다.
D씨는 "늙고 병들면 자식에게 기댈 수 밖에 없는 게 인생이다. 사는동안 자식에게 돈 대주고 남은 게 뭐가 있겠냐"며 "늙어서 자식이 안 도와주면 부모 입장에선 서운한 감정이 드는 게 당연지사"라고 하소연했다.
E씨는 "본인 몸 하나 간수하기도 힘든 청년층 입장에서 나이든 부모 부양하는 게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그렇다보니 요즘 자식있는 독거노인들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F씨는 "훗날 내 소중한 자식에게 짐이 되고 싶은 마음 전혀 없다. 전엔 장남이 대부분의 재산을 물려받기 때문에 노부모를 모신 것 뿐"이라며 "나중에 늙은 부모때문에 자녀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G씨는 "아이가 어려 힘 없을 때 부모가 죽어라 일해 먹이고 입힌다"며 "부모는 늙어 힘 빠져 방 안에서 혼자 아파하고 있을 때도 내 자식 걱정한다. 그게 대부분의 부모 마음"이라고 전했다.
H씨는 "자식 다 소용없다. 대학 졸업하고 결혼시켰으면 더이상 뒷바라지 말고 유산도 물려주지 말라"며 "병원비 등 오로지 부모 자신의 노후에만 신경써야 한다. 100세 시대에 기력 없어지면 돈이 더 필요한데, 자식에게 재산 다 주고 노후에 외면 당하는 부모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노인 10명 중 7명 가량은 노후에 자녀와 동거하지 않았고, 10명 중 6명은 거동이 불편해도 살던 곳에서 여생을 마치고 싶어했다.
노인이 앓고 있는 만성질환은 평균 2.7개였고, 인지기능이 저하된 노인도 15% 정도 되는 등 정신건강과 치매관리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2017년 노인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08년, 2011년, 2014년에 이어 네번째로 시행된 이번 조사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주관해 작년 4∼11월 전국 1만299명의 노인을 면접 설문한 결과다.
조사대상 72.0%는 노인부부가구(48.4%)이거나 독거가구(23.6%)로 자녀와 떨어져 살고 있었다. 노인부부가구 비율은 2008년 조사 당시 47.1%에서 1.3%포인트 늘어났지만, 독거가구는 19.7%에서 3.9%포인트 증가했다.
'노년기에 자녀와 동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2008년 32.5%에서 지난해 15.2%로 10년새 절반 이하로 떨어져, 노인단독가구 증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노후에 자녀와 함께 살겠다" 15.2%뿐
자녀와 동거하는 경우에도 '같이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규범적으로 응답한 노인은 2008년 43.4%에서 지난해 14.8%로 급감했다. 대신 손자 양육 등 자녀가 필요한 도움을 주기 위해 동거한다는 응답은 23.2%에서 42.1%로 증가했다.
'단독가구 생활상의 어려움이 없다'는 응답은 2014년 12.7%에서 지난해 44.5%로 급증했다. 다만 85세 이상과 저소득 노인층에서는 혼자 살면서 간호 문제, 경제적·심리적 불안감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응답이 많았다.
노인의 사회적 관계망은 점점 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과 비교할 때 친인척, 친구, 이웃과 연락하는 비율이 감소했다. 자녀와 주 1회 이상 왕래하는 비율도 떨어져 지난해 38.0%에 그쳤다.
조사대상자 30.9%는 일을 했고, 단순노무직(40.1%)과 농림어업(32.9%)에 주로 종사했다. 급여가 높지 않은 단순노무 종사자 비율은 2008년 24.4%에서 15.7%포인트나 높아져 정책적 관심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하는 노인의 대부분(73.0%)은 생계비 마련을 위해 경제활동을 하고 있었다. 고학력, 고소득일수록 능력발휘, 경력활용 등 비경제적 이유로 일한다는 비율이 높았다.
노후 부양에 대해서는 절반가량이 국가·사회적 역할을 중시했다. 노후생활비 마련 방법에 대해 '본인과 국가가 준비해야 한다'는 응답이 33.7%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본인 스스로 해야 한다'(34.0%), '국가 차원에서 해야한다'(14.1%) 순이었다.
노인 소득 가운데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기초생활보장급여 등이 차지하는 공적이전소득 비율은 지난해 36.9%로 근로소득, 사업소득, 재산소득 등에 비해 컸다.
◆10명 중 9명 "치료효과 없는 연명치료 반대"
소비 관련 항목 중 가장 부담스러운 지출은 주거관련 비용(30.4%)이었다. 다음으로 보건의료비(23.1%), 식비(18.7%), 경조사비(4.4%) 순이었다.
노인의 여가활동을 조사한 결과 TV 시청(99.3%)이 가장 많았다. 산책(27.5%), 스포츠 참여(16.6%), 화초 텃밭 가꾸기(12.0%) 등이 주를 이뤘다.
노인 10명 중 9명(88.6%)은 건강할 때 현재 집에서 거주하는 것을 희망했다. 57.6%는 거동이 불편해져도 재가서비스를 받으며 현재 사는 집에서 살길 원했고 31.9%는 돌봄과 식사, 생활서비스가 제공되는 노인요양시설에 입소하기를 바랐다.
91.8%는 치료효과 없이 임종과정을 연장하는 연명치료를 반대했고, 86.2%는 노인의 연령 기준을 '70세 이상'이라고 보고 있었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은 89.5%에 달했다. 앓고 있는 만성질환은 평균 2.7개로 2008년 1.9개보다 증가했다.
흡연율은 10.2%, 음주율은 26.6%, 운동실천율은 68.0%로 과거보다 건강 행태가 개선됐고, 치매검진율은 39.6%였다.
조사대상자 21.1%는 우울 증상이 있고, 6.7%가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중 자살을 시도한 응답자는 13.2%였다.
응답자의 14.5%는 인지기능 저하자로 판단됐고, 고연령과 무배우자, 읍면지역 거주자 중에서 인지기능 저하자의 비율이 높았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