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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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톡톡 플러스] "부모가 돈이 있어야 자식도 효자 아닌 효자된다?"

취업난에 시름하는 자식세대…늙고 병들어 힘없는 부모세대
A씨는 "자식을 노년에 부모 뒷바라지 시키려고 낳냐"며 "키우면서 내 삶을 윤택하게 해주고, 내 목숨보다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자라나는 모습을 보는 게 행복해서 낳는 것이다. 노후에 아이들에게 짐이 되고 싶은 마음 전혀 없다"고 말했다.

B씨는 "현재 7080대 노인들은 지금까지 자식만 바라보며 올인해왔다"며 "그렇다보니 당신의 노후를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같은 힘없는 노인을 모르는 척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C씨는 "미안한 말이지만, 재산없이 부모 노후 책임져야 할 이들은 결혼해도 자식 안 낳는 게 낫다"며 "자식의 행복을 위해 투자할 여력이 없는데 나중에 아이에게 짐이 되기 싫다"고 토로했다.

D씨는 "늙고 병들면 자식에게 기댈 수 밖에 없는 게 인생이다. 사는동안 자식에게 돈 대주고 남은 게 뭐가 있겠냐"며 "늙어서 자식이 안 도와주면 부모 입장에선 서운한 감정이 드는 게 당연지사"라고 하소연했다.

E씨는 "본인 몸 하나 간수하기도 힘든 청년층 입장에서 나이든 부모 부양하는 게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그렇다보니 요즘 자식있는 독거노인들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F씨는 "훗날 내 소중한 자식에게 짐이 되고 싶은 마음 전혀 없다. 전엔 장남이 대부분의 재산을 물려받기 때문에 노부모를 모신 것 뿐"이라며 "나중에 늙은 부모때문에 자녀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G씨는 "아이가 어려 힘 없을 때 부모가 죽어라 일해 먹이고 입힌다"며 "부모는 늙어 힘 빠져 방 안에서 혼자 아파하고 있을 때도 내 자식 걱정한다. 그게 대부분의 부모 마음"이라고 전했다.

H씨는 "자식 다 소용없다. 대학 졸업하고 결혼시켰으면 더이상 뒷바라지 말고 유산도 물려주지 말라"며 "병원비 등 오로지 부모 자신의 노후에만 신경써야 한다. 100세 시대에 기력 없어지면 돈이 더 필요한데, 자식에게 재산 다 주고 노후에 외면 당하는 부모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노인 10명 중 7명 가량은 노후에 자녀와 동거하지 않았고, 10명 중 6명은 거동이 불편해도 살던 곳에서 여생을 마치고 싶어했다.

노인이 앓고 있는 만성질환은 평균 2.7개였고, 인지기능이 저하된 노인도 15% 정도 되는 등 정신건강과 치매관리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2017년 노인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08년, 2011년, 2014년에 이어 네번째로 시행된 이번 조사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주관해 작년 4∼11월 전국 1만299명의 노인을 면접 설문한 결과다.

조사대상 72.0%는 노인부부가구(48.4%)이거나 독거가구(23.6%)로 자녀와 떨어져 살고 있었다. 노인부부가구 비율은 2008년 조사 당시 47.1%에서 1.3%포인트 늘어났지만, 독거가구는 19.7%에서 3.9%포인트 증가했다.

'노년기에 자녀와 동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2008년 32.5%에서 지난해 15.2%로 10년새 절반 이하로 떨어져, 노인단독가구 증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노후에 자녀와 함께 살겠다" 15.2%뿐

자녀와 동거하는 경우에도 '같이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규범적으로 응답한 노인은 2008년 43.4%에서 지난해 14.8%로 급감했다. 대신 손자 양육 등 자녀가 필요한 도움을 주기 위해 동거한다는 응답은 23.2%에서 42.1%로 증가했다.

'단독가구 생활상의 어려움이 없다'는 응답은 2014년 12.7%에서 지난해 44.5%로 급증했다. 다만 85세 이상과 저소득 노인층에서는 혼자 살면서 간호 문제, 경제적·심리적 불안감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응답이 많았다.

노인의 사회적 관계망은 점점 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과 비교할 때 친인척, 친구, 이웃과 연락하는 비율이 감소했다. 자녀와 주 1회 이상 왕래하는 비율도 떨어져 지난해 38.0%에 그쳤다.

조사대상자 30.9%는 일을 했고, 단순노무직(40.1%)과 농림어업(32.9%)에 주로 종사했다. 급여가 높지 않은 단순노무 종사자 비율은 2008년 24.4%에서 15.7%포인트나 높아져 정책적 관심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하는 노인의 대부분(73.0%)은 생계비 마련을 위해 경제활동을 하고 있었다. 고학력, 고소득일수록 능력발휘, 경력활용 등 비경제적 이유로 일한다는 비율이 높았다.

노후 부양에 대해서는 절반가량이 국가·사회적 역할을 중시했다. 노후생활비 마련 방법에 대해 '본인과 국가가 준비해야 한다'는 응답이 33.7%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본인 스스로 해야 한다'(34.0%), '국가 차원에서 해야한다'(14.1%) 순이었다.

노인 소득 가운데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기초생활보장급여 등이 차지하는 공적이전소득 비율은 지난해 36.9%로 근로소득, 사업소득, 재산소득 등에 비해 컸다.

◆10명 중 9명 "치료효과 없는 연명치료 반대"

소비 관련 항목 중 가장 부담스러운 지출은 주거관련 비용(30.4%)이었다. 다음으로 보건의료비(23.1%), 식비(18.7%), 경조사비(4.4%) 순이었다.

노인의 여가활동을 조사한 결과 TV 시청(99.3%)이 가장 많았다. 산책(27.5%), 스포츠 참여(16.6%), 화초 텃밭 가꾸기(12.0%) 등이 주를 이뤘다.

노인 10명 중 9명(88.6%)은 건강할 때 현재 집에서 거주하는 것을 희망했다. 57.6%는 거동이 불편해져도 재가서비스를 받으며 현재 사는 집에서 살길 원했고 31.9%는 돌봄과 식사, 생활서비스가 제공되는 노인요양시설에 입소하기를 바랐다.

91.8%는 치료효과 없이 임종과정을 연장하는 연명치료를 반대했고, 86.2%는 노인의 연령 기준을 '70세 이상'이라고 보고 있었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은 89.5%에 달했다. 앓고 있는 만성질환은 평균 2.7개로 2008년 1.9개보다 증가했다.

흡연율은 10.2%, 음주율은 26.6%, 운동실천율은 68.0%로 과거보다 건강 행태가 개선됐고, 치매검진율은 39.6%였다.

조사대상자 21.1%는 우울 증상이 있고, 6.7%가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중 자살을 시도한 응답자는 13.2%였다.

응답자의 14.5%는 인지기능 저하자로 판단됐고, 고연령과 무배우자, 읍면지역 거주자 중에서 인지기능 저하자의 비율이 높았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