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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하고 던지고 욕하고…혹시 나도 분노조절장애?

[스토리세계-분노사회(2)] 충동조절장애 자가 진단법
회사원 이모(31)씨는 최근 사무실에서 팀장과 언성을 높이며 싸웠다. 평소 업무 스타일이 맞지 않아 자주 부딪혔던 사이기도 하지만 최근 들어 언쟁이 더 잦아졌다. 급기야 지난 5일에는 주변에 많은 동료와 상사가 있었지만 이씨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팀장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이씨는 8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그 순간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며 “사무실에서, 그것도 상사에게 그러면 안되는 건데 그때는 나도 나를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들어 화가 많이 늘고 잘 참지 못한다”며 “이러다가 사회생활을 못 하는 건 아닐지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최근 이씨처럼 쉽게 화를 내고 그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분노조절장애’ 현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사회적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분노조절 장애가 심해질 경우 사고를 치거나 범죄를 저지를 수 있어서다.

충동조절장애 자가진단 [삼성서울병원 제공=세계일보]
◆분노조절장애 환자 증가세 지난해 5986명…심하면 사고 가능성

매년 분노조절 장애 관련 환자가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습관 및 충동장애’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지난해 5986명으로 집계됐다. 2015년 5390명, 2016년 5920명으로 실제로 매년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기준 남성이 83%(4939명)로 여성보다 많았고, 연령별로는 20대 29%, 30대 20%, 10대 19% 등 젊은 층 환자가 많았다. 40, 50대는 각각 12%, 8%였다.

습관 및 충동장애는 순간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고 싶은 자극을 조절하지 못해 자신과 남에게 해가 되는 충동적인 행동을 하는 정신질환을 말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분노조절장애가 여기에 속한다. 이외에도 병적 도벽과 방화, 강박적 자해와 인터넷 사용, 쇼핑 중독, 머리카락 뽑기, 폭식 장애, 알코올 의존 등이 있다.

분노조절장애 환자는 충동으로 인한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폭력적인 행동을 반복한다. 분노가 심해지면 뇌의 교감신경이 잘 조절되지 않아 신체가 흥분하게 되고 합리적인 생각과 의사결정을 할 수 없게 되는데, 조절 기능이 심하게 망가진 상태에서는 사고를 치거나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도 크다.

◆화 억제 안 되면 자가진단…“증상 의심되면 의사 면담해야”

스스로 평소 화를 잘 억제하지 못한다고 느낀 적이 있다면 자가진단을 해보는 것이 좋다. ‘분노가 극에 달해 운 적이 있다’, ‘화를 조절하지 못해 중요한 일을 망친 적이 있다’ 등 12개 문진 항목에 체크한 후 ▲어느 정도 충동 조절 가능(1~3개) ▲충동 조절이 조금 어려움(4~8개) ▲전문의와 심리상담 필요(9~12개)로 분류하면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충동조절장애는 정신질환의 특성상 일반적인 예방법이 알려지지 않았다”며 “증상이 의심되면 정신과 의사와 면담하는 게 최선이고, 나쁜 성격과 습관의 문제가 아닌 질환임을 이해하고 비난하는 태도는 삼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