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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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요약형 콘텐츠 인기 이유는 공부 강박 때문”

국내 1호 북튜버 이가희 대표 / “짧은 시간에 지적 욕구 채우기 원해 / 5분 안팎 영상제작 거의 이틀 소요 / 소셜 채널, 10·20대 독서에 큰 역할”
‘국내 1호 북튜버(북과 유튜버의 합성어)’

웹 모바일 서비스 벤처기업 ‘함’의 이가희(32·여·사진) 대표는 2016년 당시 다소 생소하게 들리던 북튜버를 국내 처음으로 자처한 이후 현재까지 500건이 넘는 책 소개 영상을 찍은 베테랑 크리에이터이다. 닉네임이자 프로젝트 이름인 ‘책읽찌라’는 페이스북 팔로어 5만명, 유튜브 구독자 수 1만5000명 등 국내서 손꼽히는 북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저희의 주요 타깃은 분명합니다. 주로 시간은 부족한데 성장이나 자기개발 욕구를 가진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것 같아요.”

이씨가 주로 만드는 콘텐츠는 책 한 권을 핵심만 요약해 5분 안팎의 짧은 영상으로 재가공한 것. ‘기승전결’로 된 짧은 원고를 만드는 데 거의 이틀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핵심만 콕 집어 전달하려다 보니 재생시간이 짧을수록 준비시간은 더 길다.

책 소개 영상 등 요약형 콘텐츠가 인기를 모으는 이유로 이씨는 ‘공부 강박’을 꼽았다. 유난히도 공부를 강조하는 우리나라에서 누구나 책에 대한 미안함이나 강박감을 일정 부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대중의 성장 욕구, 지적인 욕구는 점점 커지고 있다”며 “쉬더라도 이런 유의 영상을 봐야 죄책감을 덜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올바른 독서를 방해한다’, ‘파편화된 지식만 제공한다’란 지적도 나오지만, 이씨는 거꾸로 이런 콘텐츠들 덕택에 젊은 세대에서 독서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본다. 그는 또 짤막한 영상들로 정보를 얻는 것이 이제는 이상할 것 없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힌 상황인 점도 강조한다. 그는 “최근 10·20대들이 책을 읽고 있는 데에는 이런 소셜 채널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꼭 TV나 신문 등 기성 매체를 본다고 깊이 있는 정보를 소비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꼬집었다.

그의 말처럼 쏟아지는 정보 홍수가 이런 요약 콘텐츠들을 더 빛나게 할까. “책을 알아서 읽는 분들은 이런 영상을 소비하지 않겠죠. 독서가 익숙하지 않거나 무수히 많은 책 속에서 역설적으로 ‘뭘 봐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이런 안내의 역할들이 중요해질 겁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