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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농촌형 일자리 창출 시급하다

최근 세계일보가 ‘30년 후, 농촌이 사라진다’는 기획기사를 보도하자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경남 함안이 고향인 한 독자는 기획기사에 나온 ‘인구소멸지수’를 직접 구해 봤다고 했다. 인구소멸지수는 20∼39세의 가임여성 수를 65세 이상 고령인구로 나눈 값으로, 일본 학자 마스다가 개발했다. 1.0미만은 쇠퇴 시작 지역, 0.5 미만은 소멸위험 지역, 0.2 미만은 소멸 고위험 지역이다. 농촌마을이 언제 소멸되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수치다. 이 같은 고향 마을의 인구소멸지수를 알아본 독자들이 의외로 많았다. 그리고 대부분의 독자는 실망했다. 30년 안에 고향이 사라진다는 수치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취재팀은 취재를 위해 농촌마을 10여곳을 돌아다녔는데 실상은 매우 심각했다. 65세 이상 노인이 절반을 넘은 지역이 많았다. 고령화보다 더 심각한 것은 가임여성이 없다는 점이다. 20가구 미만의 과소 마을 대부분이 가임여성이 한 명도 없었다. 과소 마을의 공통점은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끊긴 지 10년이 넘었다는 것이다. 당연히 수십년 된 초등학교는 폐교되고, 학교가 없으니 젊은 부부는 귀농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었다. 농촌마을 공동체가 이미 무너져 버렸다. 우리나라 농촌마을이 황폐화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채 40년도 걸리지 않았다. 

한현묵 사회2부 기자
마을에 아이를 낳을 여성이 없다는 말은 현재 고령의 노인들이 사망하면 마을 자체가 소멸된다는 의미다. 다행히도 현재 농촌마을 노인들의 기대수명이 길어져 당장 소멸 위기에서는 벗어났다. 그러나 머지않아 마을이 소멸된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해 보였다. 소멸되는 시간이 좀 더 지체될 뿐이다.

우리나라 266개 기초단체 가운데 86곳이 소멸된다는 충격적인 보고서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박사는 30년 안에 이 같은 일이 벌어진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마을 소멸은 점진적인 농촌 사회의 붕괴를 의미한다. 마을 소멸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농촌이 주는 공익적 가치 때문이다. 우리나라 농촌은 식량안보와 환경보전, 생태계 보전 등 한 해 280조원에 이르는 가치를 도시에 제공하고 있다. 농촌이 붕괴된다면 이런 공익적 가치는 더 이상 얻을 수 없다.

이제 뭘해야 할까. 청년이 돌아오는 마을을 만들어야 한다. 도시의 취업난이 심각한데, 무슨 농촌 일자리 창출이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도시와 농촌의 일자리 유형은 다르다. 도시는 산업 중심의 일자리가 필요하다. 반면 농촌은 지역과 마을공동체 유지를 위한 생존형 일자리 창출이 시급하다. 농촌마을은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편의시설조차 없기 때문이다.

농촌형 일자리 모델은 충남 홍성군 홍동면에서 찾을 수 있다. 인구 4000명도 안 되는 홍동면에는 없는 게 없다. 어린이집을 비롯해 연구소, 도서관, 농산물가공공장, 도서관, 빵공장 등이 모여 있다. 공동체 생활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시설과 기관들이다. 주민들이 십시일반 모아 만든 마을기업과 협동조합에서 이들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은 물론 수익까지 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내고 있다. 농촌형 일자리 창출의 성공 모델인 셈이다. 홍동면 마을의 벽면에 걸려 있는 슬로건이 떠오른다. ‘지역·농업·농촌이 다시 서는 유력한 길은 협동뿐입니다.’

한현묵 사회2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