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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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불안한 노후… '명퇴 김부장'의 재취업 분투기

‘명퇴 김부장’의 재취업 분투기 / 100세 시대 고정수입 없어 걱정 / 1960년대 태어난 ‘베이비부머’ / 재취업 시장에 몰려 경쟁 가열 / 명퇴한 은행원들도 재취업 희망
대형 시중은행의 부지점장으로 근무하다 4년 전 퇴직한 정모(58)씨는 퇴직 직후만 하더라도 해방감을 느꼈다.

심장을 쪼여 들게 하는 실적압박과 근무시간 외 각종 온라인 연수 같은 족쇄를 벗어던진 자유를 만끽했다. 하지만 해방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일들로 목돈이 빠져나가면서 퇴직 2년 후부터는 슬슬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생활비라도 벌지 않으면 얼마 안 가 퇴직금이 바닥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정씨는 나이제한이 없다는 공공기관 계약직 등에 수십 차례 지원했지만 경험과 연륜이 큰 무기라고 생각했던 정씨에게 면접관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좌절에 빠진 정씨에게 LPG충전소의 충전원 일자리 제안이 왔다. 하루 8시간 일하고 18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 게 전부지만 정씨는 29일 “매월 일정한 금액이 수중에 들어오는 것 자체에 큰 안도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은행 퇴직 후 다른 은행 퇴직자들과 증권 투자에 나섰던 박모(62)씨는 퇴직위로금으로 받은 몇억 원의 돈을 순식간에 날렸다. 생활비라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여러 중소기업에 지원했지만 재취업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절박해진 박씨는 4년 전부터 개인택시기사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 택시회사에서 택시를 운전하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번만 쉬면서 한달내내 12시간 꼬박 일한 뒤 박씨 손에 쥐어진 돈은 150만원 남짓.

퇴직 후 30~40년은 더 살아야 하는 100세 시대다. 명예퇴직 대상이 된 60년대생 베이비부머들이 재취업 시장에 몰려들고 있다. 취업에 실패한 자식과 고령 부모를 함께 부양해야 하는 ‘샌드위치 세대’들에게 50대 퇴직은 감당하기 힘든 현실이다. 국민연금공단이 최근 발표한 중고령자의 ‘적정 생활비’는 부부 기준 월 237만원. 향후 30년을 특별한 질병 없이 건강하게 산다고 해도 최소 8억5300만원이 필요하다. 자녀 결혼이나 질병 등으로 목돈이 들어가면 노후 필요자금은 이보다 더 많아야 한다.

수명은 늘어나는데, 재직기간은 오히려 단축되고, 생활물가까지 치솟으면서 노후에 대한 불안은 전 계층으로 확산하고 있다. 저소득층의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고소득 화이트칼라로 대변되는 은행원들마저 노후에 대한 불안 등으로 재취업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라윤 기자 ry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