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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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미세먼지 저감에 사활 건 中

얼마 전 환경부 풀 기자단으로 중국에 다녀왔다. 올해로 20회를 맞은 한·중·일 환경장관회의를 취재하기 위해서다. 겉으로는 현지에서 기사가 제때 송고됐으니 무탈한 출장길처럼 보이겠지만, 실은 예정된 출국 시간이 다 되도록 비자가 나오지 않아 꽤나 속을 끓여야 했다.

그래서였을까. 중국에 가보니 평소 갖고 있던 편견이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하늘은 탁했고 도로에선 오토바이, 고급 외제차 할 것 없이 ‘내가 가는 길이 차선이다’란 자세로 거리를 누볐다. 고속열차 안에서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보는 사람들은 왜 이어폰을 쓰지 않는 건지….

윤지로 사회부 기자
그런데 같은 상황에서 초점을 달리하면 중국의 진짜 무서운 면모를 볼 수 있다. 기자가 탄 쑤저우∼베이징 구간 고속열차는 중국이 자체 기술로 만든 것이다. 중국에는 전 세계 고속철도의 60%가 넘는 2만5000㎞ 길이의 철도망이 있다.

뿌연 하늘은 중국인들에게도 큰 걱정거리여서 중국 지도부는 말 그대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해 10월 집권 2기를 알리는 ‘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생태문명 건설을 지도이념으로 천명했다. 이에 따라 두 달 뒤 ‘푸른하늘보위전’(푸른하늘지키기 전쟁) 등을 포함한 오염예방퇴치 7대 전략이 나왔고, 지난 3월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는 녹색과 생태문명사상을 명시한 헌법 수정안이 통과됐다.

중국 환경부의 위상도 달라졌다. 6개 부처에 흩어져 있던 환경 관리 기능을 흡수해 기존 환경보호부에서 ‘생태환경부’로 몸집을 키웠다. 우리나라에서는 국토교통부의 수량 업무를 환경부로 이관하는 데 20년이 걸렸는데, 중국에서는 19차 당대회 이후 다섯 달 만에 6개 부처 업무가 통합됐다.

이것도 모자라 5월에는 시 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생태환경보호대회를 열어 생태문명사상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민간에서도 ‘대륙의 스케일’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9월 출범한 ‘국가대기오염퇴치 공동연구센터’가 대표적이다. 중국 대기환경 분야 전문가 1500명이 참여하는 이 연구센터는 세계 최대 규모의 대기환경관측망을 구축하고 28개 연구팀이 28개 도시의 대기오염 원인 분석·대책마련을 할 계획이다.

어지럽게 도로를 달리는 승용차와 오토바이도 환경면에선 우리가 별로 할 말이 없다. 베이징에서는 디젤 승용차가 퇴출됐고, 오토바이는 전기로 달려 더 이상 매연을 뿜지 않는다.

이런 사실을 알고 나니 과연 중국이 우리나라와 환경 교류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정복영 주중한국대사관 공사참사관은 ‘오염물질 저감 기술’이라고 했다.

“독일 같은 유럽이나 일본은 환경 기준도 워낙 높고 기술도 그 수준에 맞춰져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기업의 기술 정도가 지금 중국에 필요한 것이죠.”

비유컨대 30점짜리 학생에게 필요한 건 ‘전교 1등의 공부법’이 아니라 중위권 학생의 학습전략이라는 뜻이다.

“앞으로 10년이 우리나라 환경산업이 중국에 진출할 골든타임”이라고 거듭 강조하는 그의 말을 곱씹을수록 쓴맛이 배어났다. 팔을 뻗으면 닿을 거리. 우리나라는 딱 그 정도만 앞서 있는 것이다. 우리가 ‘중국발 미세먼지’를 성토하는 사이 중국은 무섭게 달려오고 있었다.

윤지로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