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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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경찰 1400명이 못 찾은 시신 '나로'가 찾아"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계 김영기 경사
경찰 채취견 ‘나로’(마리노이즈).
“경찰견은 기계나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담당합니다.”

지난달 전남 강진에서 발생한 여고생 실종사건에서 시신을 찾은 경찰 채취견 나로(9·마리노이즈)의 핸들러(견 지도수) 김영기(47) 경사의 말이다. 김 경사는 2015년 2월부터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계 소속으로 나로와 함께 전국 각지의 범죄 현장을 누비고 있다.

김 경사와 나로의 ‘찰떡공조’는 앞서 2015년 4월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 실종사건 때에도 빛을 발했다. 당시 경찰이 1400명의 수색인력은 물론 헬기까지 투입했음에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황에서 김 경사와 나로는 투입 20여분 만에 성 회장 시신을 찾아냈다. 이들은 이밖에도 150회 이상 각종 사건에 투입돼 두각을 나타낸 ‘명콤비’다.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계 김영기 경사가 경찰 채취견 ‘나로’(마리노이즈)를 훈련시키고 있다. 남정탁 기자
김 경사는 2003년 32살이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경찰특공대 탐지견 운용 특채로 입직했다. 이후 특공대를 나와 일선 경찰서 지구대에서 근무하다가 3년 전 어렵사리 핸들러로 돌아왔다. 경찰견과 함께 발로 뛰며 현장을 누비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평소 동물을 좋아하지만 가족의 반대로 키우지 못했는데 핸들러 임무를 맡으면서 그 아쉬움을 조금은 해소하는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핸들러 임무는 결코 쉽지 않다. 특히 체력적 부담이 크다. 경찰견이 투입될 때는 대개 도심보다 산악지형인 경우가 많다. 부패가 진행된 상태의 주검을 마주하는 일이 많다는 점도 고역이다.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라고 한다. ‘찾아야 한다’는 강박감도 크다. 끝내 빈손으로 돌아왔을 때 심적으로 가장 힘들다. 김 경사는 “힘든 만큼 실종자를 찾았을 때의 희열이 크다”며 “임무 완수 때 느끼는 보람이 일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최근 경찰 내에서도 핸들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김 경사에게 “어떻게 하면 핸들러가 될 수 있느냐”고 묻는 후배들도 적지 않다. 그가 핸들러의 조건으로 첫손에 꼽는 것은 ‘동물에 대한 애정’이다. 매일 경찰견과 부대껴야 하는 임무 특성상 동물을 좋아하지 않으면 버티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는 “핸들러가 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관련 자격증 한두 개쯤은 필수”라고 설명했다.

김 경사는 앞으로 경찰견의 위상과 역할이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내년 하반기 경찰견종합훈련센터 완공을 계기로 더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이 자리 매김했으면 하는 게 바람이다. “해외 선진국들처럼 잘 훈련된 경찰견과 핸들러가 많아져 다양한 수사에서 도움이 됐으면 해요. 저도 체력이 버텨주는 한 계속 이 일을 하고 싶습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