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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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정당 국고보조금

2017년 한 해 동안 각 정당에 지급된 국고보조금은 421억원이다. 또 대통령 선거가 실시돼 각 정당이 나눠 가진 선거보조금은 421억원이다. 이와 별도로 정당이 모금한 중앙당 후원금은 22억5000만원, 국회의원들이 개별적으로 모금한 후원금 총액은 540억9000만원이다. 이 돈을 합치면 1405억원인데, 60%가 국가예산에서 나온 국고보조금이다. 물론 정치권이 받는 돈은 더 있다. 국회에서 받는 돈도 적지 않다. 국회의원들이 만든 단체에게 국회 예산으로 지급하는 국고보조금이 매년 120억원가량 된다. 문제의 특수활동비도 그런 보조금 가운데 하나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는 올해 초 개헌 자문 보고서를 통해 헌법의 ‘정당 국고보조금’ 규정을 폐지할 것을 권고했다. 강한 정당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폐지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해외 주요 선진국 헌법에서 정당 국고보조금 규정을 둔 사례가 거의 없고 정당보조금 제도가 시대가 지난 국가주의적 사고에 기인한다”는 지적도 곁들였다. 정당 국고보조금 폐지 논란은 제도 시행 직후부터 계속되고 있는 문제다. 찬반 의견을 나열해보면 폐지해야 하는 이유가 훨씬 많다. 정치권에서조차 개혁 과제로 정당보조금 폐지를 꼽을 정도다.

정당 국고보조금 제도가 시행된 1980년 이후 지난 37년간 지급된 국고보조금은 1조4000억원 가까이 된다. 이 돈은 법으로 용도가 정해져 있다. 그러나 용도대로 쓰였는지 감사를 받아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중앙선관위가 이따금 수박 겉핥기식으로 들여다보는 게 전부다. 그나마 선관위 조사로 드러난 불법 사용 실태만 봐도 기겁할 정도이니 제대로 따져보면 “정당 국고보조금 없애자”는 국민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날 게 틀림없다.

노회찬 의원의 비극을 계기로 정치자금 제도를 개선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은 기다렸다는 듯이 불법 자금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정치자금을 더 많이 보다 쉽게 모을 수 있도록 규제를 풀자는 쪽으로 군불을 지피고 있다. 폭염에 지친 국민들 더 열 받게 생겼다. 손 벌리기 전에 본전 생각나게 하는 고비용·저효율 정치부터 뜯어 고치시라.

김기홍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