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겐 엄격한 성(性)도덕 잣대를 주입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진달래 오빠’의 고백으로 서두를 뗀 건 최근 러시아 출장에서 목격한 한국인의 부끄러운 초상 때문이다.
안병수 문화체육부 기자 |
하지만, 기자는 분명히 보고 들었다. 월드컵을 맞아 여러 이유로 러시아에 온 한국인 중 일부가 성 관광에 탐닉하는 모습 말이다. 비하할 의도는 없지만, 한국 선수단이 ‘붉은 악마’라면 그들은 ‘철쭉 오빠’쯤 될까. 경기장에서 한국 선수들의 이름을 연호하며 승리를 기원하던 순수한 정신은 오간 데 없었다. 연고 하나 없는 캄캄한 낯선 땅에서 환한 미소로 주위를 밝힌 러시아인들이 떠올랐다. 부끄러움은 오롯이 내 몫이었다. 러시아 출장 직전 “그곳 여자 때문에 안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농담도 들었다. 악의는 없었겠지만, 불편했다. 일부러 관련 통계를 잡지 않을 정도로 원정 성매수를 일삼는 ‘어글리 코리안’은 악명이 높다. 몇 년 전에는 1만여명으로 추산되는 ‘코피노’(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 태어난 아이)가 사회 이슈로 불거져 국내 시민단체가 들고일어난 적이 있다. 2010년 미 국무부의 ‘인신매매 실태보고서’는 한국을 아동 성매매 관광 송출국가로 낙인찍었다. 국제사회에서 경종을 숱하게 울려댔지만 여전히 얼굴을 붉힐 새가 없는 게 한국의 현주소다.
그들은 낯선 곳에서 설렌 마음에 연애를 빙자했을 테다. 중요한 건 러시아인의 따뜻한 마음이 이런 싸구려 감정 탓에 외면받았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포장한들 성매매는 고하(高下)가 분명한 위력 행사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인의 박애 정신에 폭력으로 답한 ‘일부’ 탓에 가슴을 아리는 씁쓸함은 오랜 기간 지울 수 없을 듯하다.
안병수 문화체육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