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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말8초' 본격 휴가철…또 얼마나 많은 유기동물 발생하려나

[이슈톡톡] 지난해 유기동물 3분의 1 여름철 발생
유기동물방지 포스터.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제공
“엄마, 아빠! 어디 가요? 가족이라면서요….”

“반려동물, 쓰다 버리는 물건이 아닌 가족입니다.”

최근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와 관광지 등에서는 위와 같은 내용의 포스터와 현수막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휴가철 급증하는 유기동물을 줄이기 위해 대대적인 캠페인에 나선 것이다.

여름 휴가철이 반려동물에게는 공포의 계절이라고 한다. 한해 버려지는 반려동물 중 30%가 이 시기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휴가철인 ‘7말8초’(7월 말∼8월 초)를 맞아 유기동물이 더욱 급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책임감 부재에서 오는 문제라며 인식 개선과 함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지난해 유기동물 10만 마리…3분의 1은 여름철에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전국적으로 구조된 유기동물은 10만2593마리였다. 이 가운데 여름철인 6~8월에 전체의 32.3%인 3만2384마리가 구조됐다. 월별로 보면 7월이 1만1260마리로 가장 많았고, 8월이 1만1259마리로 그 뒤를 이었다.
유기동물방지 현수막.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제공

연간 수치도 유실·유기동물 구조 건수는 2015년 8만2000건, 2016년 8만9000건으로 꾸준히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 처음 10만건을 넘어서는 등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종류별로 개가 7만4300마리로 전체의 72.5%를 차지했고, 고양이 2만7100마리(26.4%), 기타 1200마리(1.1%) 순으로 나타났다.

유기동물이 주인을 다시 만나거나 입양되는 비율은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 동물보호법상 유기동물은 공고 후 열흘간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지자체로 소유권이 이전되고, 일정 기간이 되면 안락사 처리가 가능하다.
강원 강릉시 유기동물 보호소. 연합뉴스

지난해 동물보호센터에 입소된 유실·유기동물의 보호 형태는 분양 30.2%, 자연사 27.1%, 안락사 20.2%를 나타냈고 소유주 인도는 14.5%에 머물렀다.

지난해 전국 동물보호소의 평균 보호 기간은 42일로 전년(30일) 대비 크게 늘어났지만, 분양은 2015년 32%, 2016년 30.4%에 이어 꾸준히 낮아지는 추세다.

◆우리나라, 허술한 유기동물 관련법 vs 해외,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유기동물 보호

현행 동물보호법상 동물을 유기한 소유자 등은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지만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그나마도 올해 3월 개정된 동물보호법 규정이 시행되기 전까지의 과태료(100만원 이하)에 비해 3배 오른 것이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그러나 형사처벌인 벌금형이 아닌 행정처분인 과태료로 되어 있고, 많이 올랐다는 액수마저 300만원에 그친다는 점에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동물을 유기한 사람을 적발해 과태료를 무는 주체가 각 시·군·구인데, 현실적으로 전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실효성 있는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지난해 서울에서만 9000마리에 가까운 반려동물이 버려졌지만, 과태료가 부과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단속 인력이 부족한 데다 누가 버렸는지 추적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입양 기다리는 유기견들. 뉴시스

반면 상당수 국가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유기동물 보호가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독일에서는 ‘노 킬(No Kill)’ 정책을 통해 동물에 대해서도 의학적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안락사를 허용하지 않는다. 독일의 동물보호소에서는 기간을 정하지 않고 유기동물이 보호자를 만날 때까지 책임질 의무가 있다.

또 동물유기 시 영국에서는 6개월 이하의 징역, 미국 뉴욕주에서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며 지난해 2월 대만에서는 유기동물 안락사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동물보호법이 발효되기도 했다.

◆“책임감 부족…인식 개선과 함께 제도적 보완해야”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30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휴가철 유기동물이 급증하는 것과 관련, “기본적으로 책임감의 부재로 생기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그러면서 “여행을 간다거나 집을 장기간 비울 때 키우던 반려동물을 다른 곳에 맡기고 가야 한다는 생각을 못 하거나 호텔 등은 비용이 많이 들어서 버리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라며 “요즘은 비싸지 않은 펫시터도 있는데 그걸 몰라서 버리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많이 버려진다는 건 정보 부족만이 아니라 책임감 부족”이라고 덧붙였다.

조 대표는 우리나라의 유기동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식 개선과 함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인식개선을 위한 홍보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생체인식을 통한 반려동물 등록제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동물을 버린 주인을 추적해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처음에 살 때부터 쉽게 키우면 안 된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거나 키우려는 사람들에게 “정서적 안정감 등을 주는 반려동물은 가족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놀러 가겠다고 가족을 쉽게 버리는 것은 정서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며 “책임감 있게 끝까지 잘 키웠으면 한다. 자신 없으면 처음부터 키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