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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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뉴스앵커 김제동?

개그맨이 뉴스앵커 흉내를 냈던 시절이 있다. ‘배추머리’ 김병조씨이다. 1980년대 MBC ‘일요일 밤의 뉴스 대행진’에서 세태풍자 코미디를 진행하면서 특권층의 일탈을 풍자해 인기를 끌었다. 1987년 6월 여당이던 민정당 대통령 후보를 선출한 전당대회에서 여흥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게 됐다. “민정당은 민족에게 정을 주는 당이고, 통민당(통일민주당)은 민족에게 고통을 주는 당”이라고 만담을 했다. 시청자들의 반발로 그는 방송을 그만두었고 프로그램은 이름마저 교체했다.

개그맨 뺨치는 순발력을 자랑하는 가수 김흥국은 2011년 6월 MBC 라디오 ‘두시만세’에서 하차했다. 이유는 선거지원 유세 때문이었다. 그해 4월 재보궐 선거 때 경기도 분당을 선거구에서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를 지원한 게 말썽이 됐다.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어 인기를 끈 연예인들이 정치편향성을 드러내는 순간 방송은 더 이상 그들의 놀이터가 아니다. ‘폴리테이너’들이 개인 자격으로 정치적 의견을 밝히는 것은 권리이다. 하지만 그들의 말과 행동이 공개돼 시청자들에게 정치적 영향을 끼치게 될 경우 시비가 붙게 된다. 우리가 방송의 공정성을 끊임없이 주문하는 것도 정치적 오염을 경계하기 위한 것이다.

KBS가 심야 뉴스프로그램 앵커로 개그맨 김제동을 영입한다는 얘기가 돌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김씨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노제와 1주기 때 사회를 맡은 경력이 있다. 2016년 8월 경북 성주군청 앞에서 열린 ‘한반도 사드 배치 철회 촛불집회’에서는 “뻑하면 종북이라고 한다. 그래서 난 경북이다, 이 ××들아”라고 해 논란을 일으켰다.

KBS의 김씨 스카우트는 과거 정부에서 겪은 핍박 보상이라기보다는 현재 권력을 의식한 선택이라는 오해를 받기 십상이다. 뉴스는 보도의 공정성이 생명이고 권력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게 중요한 임무 중 하나이다. 누가 봐도 현재 권력에 칼을 들이대기에 부적합해 보이는 인사에게 공중파 뉴스를 맡길 경우 시비가 일지 않을 수 없다. 오죽하면 KBS 내부에서조차 ‘이제 KBS 뉴스앵커도 김제동씨가 맡는다고?’라는 성명서를 냈겠는가.

한용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