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뺨치는 순발력을 자랑하는 가수 김흥국은 2011년 6월 MBC 라디오 ‘두시만세’에서 하차했다. 이유는 선거지원 유세 때문이었다. 그해 4월 재보궐 선거 때 경기도 분당을 선거구에서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를 지원한 게 말썽이 됐다.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어 인기를 끈 연예인들이 정치편향성을 드러내는 순간 방송은 더 이상 그들의 놀이터가 아니다. ‘폴리테이너’들이 개인 자격으로 정치적 의견을 밝히는 것은 권리이다. 하지만 그들의 말과 행동이 공개돼 시청자들에게 정치적 영향을 끼치게 될 경우 시비가 붙게 된다. 우리가 방송의 공정성을 끊임없이 주문하는 것도 정치적 오염을 경계하기 위한 것이다.
KBS가 심야 뉴스프로그램 앵커로 개그맨 김제동을 영입한다는 얘기가 돌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김씨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노제와 1주기 때 사회를 맡은 경력이 있다. 2016년 8월 경북 성주군청 앞에서 열린 ‘한반도 사드 배치 철회 촛불집회’에서는 “뻑하면 종북이라고 한다. 그래서 난 경북이다, 이 ××들아”라고 해 논란을 일으켰다.
KBS의 김씨 스카우트는 과거 정부에서 겪은 핍박 보상이라기보다는 현재 권력을 의식한 선택이라는 오해를 받기 십상이다. 뉴스는 보도의 공정성이 생명이고 권력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게 중요한 임무 중 하나이다. 누가 봐도 현재 권력에 칼을 들이대기에 부적합해 보이는 인사에게 공중파 뉴스를 맡길 경우 시비가 일지 않을 수 없다. 오죽하면 KBS 내부에서조차 ‘이제 KBS 뉴스앵커도 김제동씨가 맡는다고?’라는 성명서를 냈겠는가.
한용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