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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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무기 이야기] 6t 화물·병력 48명 싣고 1500㎞ 비행

<26> 공군 지원기 ④ CN-235 / 해상 구조·VIP전용기 등 개조도… 北핵실험장 취재진 방북때 이용
우리가 길을 걷다 대형 화물차량과 마주치면 그 위압감에 움찔하지만 1t 트럭 같은 소형 화물차량은 눈길조차 제대로 주지 않은 채 지나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소형 화물차량이 없다면 좁은 골목길이나 거친 시골길을 거쳐 외딴곳까지 짐을 운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군수품을 운반하는 수송기 중에서 CN-235는 소형 화물차량과 유사한 성격을 가진 숨은 일꾼이다. C-17·C-130 수송기처럼 많은 관심을 받지는 못하지만 군사작전에서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존재로 인식된다.

1981년 첫 비행에 성공한 CN-235는 C-130보다 작은 소형 수송기 시장에 주목한 스페인 카사(CASA·현재 에어버스)와 인도네시아 IPTN이 개발한 기종이다. 크기는 작지만 최대 6t의 화물이나 48명의 병력을 싣고 1500여㎞를 날아갈 정도로 비행능력이 우수하다. 500m 길이의 비포장 활주로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할 정도로 단거리 이착륙 능력도 뛰어나다. 민간 여객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돼 군용 프로펠러 수송기의 가장 큰 단점인 소음과 진동이 다른 군용 수송기보다 낮다. 비행 중에 의사소통에 지장을 받지 않을 정도다. 고장이 적고 정비가 용이하며 연비가 우수한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화물을 탑재하는 기내 화물실은 장애물이 없는 원통형 구조로 구성돼 화물 운반이 용이하다. 병력을 수송할 때는 화물실 양측과 중앙에 탈부착이 가능한 의자를 설치한다.

CN-235는 수송기 외에도 다양한 형태로 개조되어 세계 각국에서 쓰이고 있다. 미국 해안경비대는 CN-235를 해상 조난자 구조용으로 개조한 HC-144를 운용한다. 해상초계기로 쓰이는 CN-235MPA과 30㎜기관포와 헬파이어 대전차미사일, 70㎜로켓으로 무장한 지상공격용 AC-235 라이트 건십(light gunship)도 있다.

우리나라는 1994년부터 CN-235 20대를 도입해 공군에서 운용 중이다. 공군의 CN-235는 물자 수송, 공수부대 병력 공중투하, 탐색구조, 야간 상황에서의 조명탄 투하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1998년 12월 북한 반잠수정 격침작전에서는 170여발의 조명탄을 투하해 고속으로 도주하는 반잠수정을 해군 함정들이 포착, 격침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지난달 17일에는 강원도 강릉 해상에서 실시된 해난사고 인명구조훈련에도 모습을 드러내는 등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공군이 도입한 CN-235 중 2대는 정부 주요 인사들(VIP)이 이용한다는 의미를 담은 알파벳 V를 붙여 VCN-235 정부 수송기로 불린다. 귀빈용 좌석을 설치한 VCN-235는 최대 22명을 태우고 3500㎞를 비행할 수 있다. 처음에는 대통령 전용기라는 의미로 공군 3·5호기로 불렸지만 2008년 3월부터 국무총리와 장관들도 사용하면서 정부 수송기로 명칭이 바뀌었다. 지난 5월 23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취재할 남측 공동취재단을 태우고 방북하기도 했다.

해양경찰청도 2011년 해상초계기로 개조된 CN-235 4대를 도입했다. 해경의 CN-235는 360㎞밖에 있는 100개 이상의 물체를 동시에 탐지할 수 있는 레이더와 열영상장비, 조명탄 발사대를 장착하고 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