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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나세상] 트럼프의 트위터가 강력한 이유

국제부 기자가 야근을 하는 밤 11시, 미국 동부 백악관에는 아침 해가 떠오르는 시간이다. 이 시간이면 CNN방송에서 어떤 화면이 나올지, 또 어떤 ‘속보(breaking news)’가 돌출할지 긴장하며 TV를 지켜보곤 했다. 지난해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그 어떤 뉴스 채널조차 따라가지 못할 강력한 ‘뉴스의 지배자’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다.

지난 5월1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한 개의 트윗으로 세상을 움직였다. ‘싱가포르에서 6월12일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한다’는 소식이었다. 이날 야근을 하던 국제부 기자들은 그의 두 줄짜리 트윗에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지면기사 마감 이후 터져 나와 신문 제작에 큰 차질을 빚기도 했는데, 세계일보 또한 이 문제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이날 야근을 하던 필자 또한 아침에 일어나 신문 1면을 보며 허탈한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정선형 국제부 기자

트럼프 대통령의 굵직한 트윗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미·중 무역전쟁, 미국의 이란 핵합의 탈퇴 등 세계를 뒤흔드는 소식들이 단문의 트윗으로 공표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정확히 누가 작성하는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일부는 메시지를 관리하는 백악관 관료들이, 또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작성한다고 한다. 알고 보면 ‘정체불명’의 트윗임에도 각국 정상은 트윗 메시지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거나, 후속 대책을 논의한다. 이보다 강력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은 지구상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왜 강력할까. 물론 그가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트위터와 페이스북 ‘헤비 유저’였던 것을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에는 분명 특별한 것이 있다. 백악관이 내세운 계획이 트윗으로 발표되고, 이것이 실제로 실행된다는 점이다.

이전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그 위상이 많이 위축됐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러시아가 개입한 정황이 속속 특검을 통해 나오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자신을 죽이기 위한 ‘마녀사냥’ 이며, ‘가짜뉴스’가 꾸며낸 ‘음모’라고 주장하고 있다. 속칭 ‘러시아 스캔들’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관련한 그 어떤 사실도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 트위터에서 울려 퍼지는 그의 ‘거짓말!’이라는 외침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SNS 정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유물도, 미국에서만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당장 국내로 눈을 돌려보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최근 일어난 성남국제마피아 유착 의혹에 대해 자신의 트위터 계정으로 반박 ‘팩트체크’를 게시했다. 다만 자신에 대한 내용을 스스로 검증했다는 점에서 얼마나 ‘사실’에 가까운지는 두고 볼 일이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또한 미국으로 향한 뒤 SNS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사망을 놓고 그가 쓴 페이스북 글은 또다시 논란거리가 됐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 어떤 사실도, 또는 앞으로의 구체적인 계획도 제시하지 못하는 정치인의 트윗은 공허하다. 앞날을 제시하는 SNS 활동을 할 때 정치인의 말에 힘이 실릴 수 있다. 논란은 여전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의 영향력이 그 어느 때보다 큰 것은 분명하니 말이다.

정선형 국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