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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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뺨 때리고 목 조르고… ‘민중의 지팡이’ 수난시대

일선 경찰관들 “위협 느낀다… 처벌 강화해야”
#1. 서울 강동경찰서 관내의 한 파출소에 근무하는 이모 경위는 지난 3월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한 식당에서 50대 남성 A씨에게 폭행을 당했다. 음식값을 내지 않고 욕설을 하는 등 난동을 부리던 A씨는 “집에 돌아가라”고 권유하는 이 경위의 뺨을 때리고 가슴을 밀쳤다. A씨는 결국 업무방해와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2. 같은 달 서울 광진구의 한 도로에서는 40대 남성 B씨가 순찰 중이던 박모 순경의 목을 조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승용차 시동을 켜놓은 채 운전석에 앉아 있던 B씨는 박 순경이 술을 마셨느냐고 묻자 다짜고짜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기준인 0.1%를 한참 넘어선 0.234%로 측정됐다. 1심 법원은 B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일선 경찰관이 취객 등에게 폭행이나 폭언을 당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이런 사건을 막고자 대책을 속속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 많다. 사후 약방문에 그치는 대책보다는 경찰에 폭력을 행사하는 범죄자들을 보다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2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을 폭행하거나 경찰서 기물을 부수는 등의 공무집행방해를 저지른 사범은 최근 5년간 꾸준히 1만명을 웃돌았다.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거된 사범은 2013년 1만3407명, 2014년 1만5142명, 2015년 1만4556명, 2016년 1만5313명, 지난해 1만2880명을 기록했다.
하루에만 약 35명이 공무집행방해로 입건되는 것이다. 차량이나 흉기 등 물건으로 공권력에 위해를 가하는 특수공무집행방해 행위도 해마다 수백건씩 벌어진다. 특수공무집행방해로 검거된 인원은 2013년 539명, 2014년 737명, 2015년 926명, 2016년 931명, 지난해 716명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공무집행방해 범죄가 잇따르자 잇따라 대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 6월에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철성 당시 경찰청장 등이 경찰과 소방관 등 이른바 ‘제복공무원’들이 현장에서 욕설과 반말 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며 적법한 공무 수행을 존중해 달라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지난달 경북 영양군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청은 테이저건·권총 등 진압용 장비 사용 매뉴얼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기도 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생명의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는 정부 대책으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앞의 두 사례에서 보듯, 경찰을 때리거나 폭언을 해도 훈방 조치에 그치거나 설사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벌금형·징역형 집행유예 등 비교적 가벼운 처벌만 받기 때문이다.

경찰청 자료를 보면 공무집행방해로 입건된 피의자가 구속되는 비율은 10% 남짓에 불과한 실정이다. 차량이나 흉기 등을 사용한 특수공무집행방해 피의자의 구속 비율은 그나마 20~30%까지 올라가지만, 법정에서 대부분 벌금형이나 징역형 집행유예 등을 선고받고 풀려난다고 한다.

이 때문에 경찰 내부게시판에는 ‘경찰관을 폭해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니 너무 만만하게 본다’는 등의 하소연이 종종 올라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위협을 느끼는 경찰관이 많다”며 “이런 점을 고려해 공무집행방해 사건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